Broken Peak - Horizon (Valley View, 2022)
Broken Peak이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스웨덴 작곡가 겸 전자음악가 Oscar Hildingsson의 앨범. 오스카는 신스웨이브와 드림-팝 계열의 인디 밴드에서 베이시스트로 활동하기도 했으며, 다양한 양식의 작곡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 시기의 작업들의 경우 특정한 장르적 경향성으로 분류하기 어려울 만큼 무척 포괄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 2021년 Broken Peak라는 이름으로 Valley View 레이블을 통해 발표한 일련의 앰비언트 작업들이 주목을 받게 된다. BP의 작업은 마치 거대한 자연의 웅장한 변화를 잔잔하면서도 차분하게 묘사하는 듯한 차분한 표현이 특징인데, 그 안에 내포된 다면적인 요소들은 지금까지 오스카가 선보였던 다양한 음악들을 추상화된 형식을 통해 함축적으로 녹여냈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이번 앨범 역시 VV 레이블을 비롯해 이전에 간헐적으로 선보였던 작업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정교하게 큐레이팅 된 사운드들을 조합해 전체적으로 균일한 질감을 구성하고, 중고역대에 비중을 둔 스트링과 브라스 계열 사운드의 드론을 중첩하면서 차가운 공기의 촉감이 느껴지는 듯한 애트모스페릭 한 공간을 형상화한다. 동시에 미니멀한 진행을 보이는 간소한 구성의 코드를 배열해 미묘한 변화를 보다 직관적으로 인식하게 해 주는데, 이는 나름의 이야기 구성을 완성하는 방식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기본적으로는 일련의 반복적인 웨이브 플로우에 의지한 진행이지만 복합적인 사운드의 중첩과 코드의 변화 등을 통해 점진적인 내러티브를 이루고 있어, 다분히 시네마틱 한 분위기를 경험하게 한다. 일부 곡에서는 여린 톤의 기타를 활용하여 포스트-록적인 분위기를 유도하기도 하고, 현악 계열의 사운드로 구성된 멜로디 라인을 배치해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취향을 보여주는 다면적인 특성도 포함하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전체적으로는 잔잔한 물결의 흐름을 연상하게 하는 정적인 앰비언트의 전형을 보여준다. 극적인 반전이나 과잉된 레이어링이 없음에도, 균일한 연속적 흐름을 이어가며 그 안에서 차분한 변화를 관찰하게 해주는 음악들은, 일상의 호흡을 닮은 휴식과 평온을 제공하여 매력적이다.
2022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