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ggesett Orchestra - Sold out Land (iMD, 2022)
독일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4인조 그룹 Byggesett Orchestra의 앨범. BO는 2010년대 초, 오랜 음악 동료 네 명이 모여 일회적인 공연과 세션을 목적으로 녹음을 남기면서 처음 결성되었다. 당시에는 BO라는 이름 대신 녹음에 참여한 네 명의 뮤지션 공동 작품으로 Messajero Sesiones (2011)를 남겼고, 이후 소소한 멤버들의 변화를 겪으며 트리오로 기록된 Byggesett Orchestra (2013)를 계기로 현재의 팀 이름으로 정착한다. 잠시 퀸텟으로 활동하기도 했고, Meanwhile (2018)을 통해 피아노/키보드 Georg Sehrbrock, 기타/일렉트로닉 Peter Körfer, 트럼펫 Markus Türk, 드럼 Andre Hasselmann으로 이루어진 현재의 라인-업을 이루게 된다. 소소한 인적 구성에도 게오르크와 피테르는 현재에도 BO의 음악적 성과를 이어오고 있으며, 변화에 발맞춰 그룹의 음악을 갱신하는 역할도 함께 담당한다. 인적 구성의 변화만큼이나 10년 넘게 이어진 이들의 음악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초기 라이트 한 스타일의 라운지를 연상하게 하는 재즈풍의 롱-테이크 연주에서, 차츰 현재 이들이 표방한다고 스스로 밝히고 있는 앰비언트-재즈-일렉트로니카의 경향성을 보다 정교하게 체계화하는 접근을 보여준다. 더불어 음악적인 분위기 또한 더욱 단단하고 견고해졌고, 자신의 음악이 다른 주변 장르와 교집합을 이룰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사고하며, 이를 통해 스스로를 갱신할 수 있는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다. 이번 앨범에서는 확실히 이전 작업보다 더 정교해지고 확장된 표현을 엿볼 수 있다. 앰비언트 계열의 일렉트로닉을 바탕으로 구성되는 레이어와 여기에 연주 악기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텍스쳐의 층을 점층하여 복합적으로 완성된 사운드는 그 자체로 하나의 언어적 표현처럼 온전한 일체감을 보여준다. 여전히 긴 호흡으로 이어지는 진행을 이루지만 그 과정에서의 내러티브적인 인과성은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와 그 빌드-업 과정을 포함한 전체적인 플로우도 자연스러우며, 이를 통해 완성되는 고유의 시네마틱 한 분위기 또한 무척 깊이 있고 인상적이다. 특히 이번 앨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Magenta String Quartet이 참여해 완성한 트랙들로, BO의 연주가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맥락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확장되고 수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라, 개인적으로는 이후의 작업에 대한 기대와 예상을 함께 하게 된다. 연주 악기와 일렉트로닉은 물론 다양한 질감의 사운드와 장르적 요소들이 구조적으로 온전한 완성을 이루는 흥미로운 작업이며, 모든 것을 다 떠나 음악 자체가 전달하는 밀도 있는 분위기의 긴장만으로도 무척 인상적인 앨범이다.
2022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