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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tophe Beck & Leo Birenberg - Helter Skelter: An American Myth (WaterTower, 2021)

komeda 2021. 5. 24. 23:51

캐나다 작곡가 Christophe Beck과 미국 Leo Birenberg의 사운드트랙 앨범. Helter Skelter: An American Myth (2020)라는 이름으로 방영된 6부작 다큐멘터리는 Charles Manson 사건을 다루고 있다. 끔찍한 살인의 희생자 대부분이 유명인이었다는 사실 때문에 사건 초기부터 세간의 관심을 끌 만했고, 이후 검거와 제판 과정에서 보여준 피의자들의 기이한 행동은 물론 이들의 생활과 사고가 당대의 반문화를 상징하던 흐름의 극단에 위치했던 탓에 맨슨은 단숨에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등장한다. 독특한 점은 맨슨의 영향력은 범죄 혹은 사회학과 같은 관련 학문의 연구뿐만 아니라 음악과 예술 분야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되는데, 최근까지도 그와 관련한 소재의 드라마나 영화가 꾸준히 제작되고 있고 다큐멘터리 또한 마찬가지다. 이 시리즈는 맨슨 사건과 관련하여 바이블이라고 불릴 정도로 권위 있는, 당시 담당 검사가 집필한 동명의 저서 제목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워낙 오래전부터 이와 유사한 다큐멘터리가 많이 제작되어 있기 때문에, 새롭게 만들어진 시리즈들은 대부분 '새로운 증언', 'XXX의 최초 고백' 등과 같이 자극적인 홍보 문구를 동원하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기존 내용이나 주장에 MSG 1mg을 더하는 수준에 불과한 것이 허다하다. 소위 '맨슨 패밀리'의 증언이 부연된 이 다큐멘터리도 그러한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이와 같은 판에 박힌 내용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에서는 여전히 많은 사람이 시청한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사건에 대한 마니아(?)가 그만큼 광범위하다는 해석도 가능하고, 다른 한 편에서는 이 사건이 미국 사회에 끼친 영향력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는 현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이와 같은 다큐멘터리에 잘 나가는 영화 음악가들이 둘씩이나 참여했다는 점에서도, 크리스토퍼나 레오가 평소 작업했던 영상물들에 버금가는 상업적 기대가 담겨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아쉽게도 둘의 협업을 담고 있지는 않으며 전반부와 후반부를 나눠 각자의 음악 작업이 담겨 있고, 그 내용 또한 이들의 평소 스타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내용이 수록되어 있다. 다큐멘터리와 무관하게 단순히 음악만 듣기에도 부담 없는 앨범이다.

 

2021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