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şku Turhan - Chapter II: Grains (Jazla, 2022)
터키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Coşku Turhan의 앨범. 코스쿠는 어진 시절 피아노를 비롯해 여러 악기를 다뤘지만, 미국 유학 중 대학과 대학원에서는 디자인과 애니메이션 분야 학위를 취득하고 메이저 제작사에서 전공 관련 분야에 종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음악에 대한 끊이지 않은 그의 관심은 그를 음악인의 길로 이끌었고, 고향의 전문 뮤지션들과 함께 Chapter 1: Wood (2019)를 발표한다. 첫 앨범은 총 3부작 중 첫 번째에 해당하는 것으로, 트럼펫을 포함한 쿼텟 형식의 녹음으로 진행되었다. 1부 발매 당시에 밝히기로는 2부 Silicon과 3부 Tradition이라는 제목을 예고했고, 두 번째의 경우 로컬 힙합과 실험적인 일렉트로닉을 결합한 내용이 담길 것이라고 전해졌으나, 이번에 발매된 앨범을 보면 그 계획이 많이 바뀐 것으로 보인다. 예고와는 달리 최근 발매된 두 번째 챕터는 Grains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으며, 베이스 Ahmet Türkmenoğlu와 드럼 Chris Wabich로 이루어진 트리오 포맷을 기본으로 하며, 여기에 프렛리스 기타 및 인도 현악기 탄푸라를 연주하는 Cenk Erdoğan이 게스트로 참여하고 있어, 그 내용에서도 많은 부분 수정이 이루어진 것을 알 수 있다. 라인-업은 전면 개편이 이루어졌지만, 그 내용에서는 기존 쿼텟을 트리오로 축소한 것을 제외하면 사실상 큰 변화는 없다. 트리오라는 전통적인 형식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전자 악기를 활용한 주변적인 사운드의 구성에도 나름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트리오 자체의 연주는 내밀한 밀도감을 우위에 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주변적인 사운드를 통해 그 공간을 넓게 펼침으로써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여기에 민속적인 요소들을 더하면서 이국적인 독특함을 완성하고 있다. 이와 같은 애스닉의 요소들은 재즈의 언어와의 절충적 표현이나 내면화된 양식으로 드러나기도 하지만, 많은 부분 그 자체로 고스란히 드러나기도 한다. 이는 젠크가 참여한 트랙들에서 유독 잘 표현되기도 하지만, 그 외 트리오로 이루어진 공간 속에서도 민속적인 테마는 큰 비중을 차지하며 곡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들 트리오의 가장 큰 미덕은 이처럼 다양한 요소와 양식을 활용하면서도, 결코 과장되거나 부풀려진 표현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피아노의 연주가 화려한 타건을 이어가는 순간에도 적절히 균형 잡힌 트리오의 공간적 밀도를 유지하며 안정감 있는 앙상블을 완성한다는 점은 분명 매력적이다. 처음 예고와는 다른 음악적 양식을 지닌 연작이라 조금은 아쉽기도 하지만, 이번 3부작의 결말이 어떻게 이어질지 궁금한 것도 사실이다.
2022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