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hveed Behroozi - Echos (Sunnyside, 2021)
미국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Dahveed Behroozi의 트리오 앨범. 클래식과 재즈 양쪽 장르에서 정통한 실력을 갖춘 것으로 전해지지만 실제로 그의 연주를 접할 기회는 흔치 않았다. 이번 앨범은 Games (2012)에 이은 두 번째 트리오 녹음으로, 전작에 참여했던 베이스 Thomas Morgan 외에도 드럼 Billy Mintz가 함께하고 있다. 9년이라는 시간의 간격이 존재하기 때문에 전작과의 직접적인 비교가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겠지만, 그동안 다비드의 음악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가늠하기에는 좋은 자료가 아닐까 싶다. 전작에서는 전통적인 트리오의 공간적 구성에 근거한 진행을 선보였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평면적인 스테이지 안에서의 힘의 균형을 중요시하는 접근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다. 다비드를 설명하면서 그의 생활 영역인 웨스트 코스트와 사우스 베이를 부각하고 있지만 정작 그의 연주나 트리오 구성은 그 단어들에서 연상할 수 있는 나른함이나 여유로움은 찾아보기 힘들다. 심지어는 멜로디를 중심으로 한 진행을 선보였던 전작에서도 오소독스 한 공간 내에서의 벨런스를 유지했지만, 우리가 흔히 아는 웨스트 코스트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다. 이번 앨범은 보다 추상적인 표현에 집합적 공간의 합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다분히 실험적인 인상이 두드러진다. 때로는 매스 임프로바이징을 트리오를 통해 재현하는 듯한 레디컬 한 합주가 펼쳐지는가 하면, 세 뮤지션이 하나의 캔버스 위에 각자의 점묘를 통해 전체적인 이미지를 완성해가는 듯한 섬세한 인터플레이의 연속도 존재한다. 물론 "Imagery"나 "Royal Star"와 같이 심미적인 멜로디에 클래식의 고전주의적 취향이 반영된 곡들도 존재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다분히 즉흥적이고 감각적인 사운드의 시각화가 두드러진다. 이런 대목에서는 확실히 현대 작곡이나 현대 음악의 일부에서 강조하는 표현의 특징들을 엿볼 수 있어 무척 흥미롭다. 음향의 공간 묘사가 ECM의 그것과 유사하기 때문에 스트리밍보다 고음질 음원으로 감상하는 것이 좋다.
2021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