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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ny Keane - Standstill (MVKA, 2022)

komeda 2022. 3. 3. 19:03

영국 피아노 및 첼로 연주자 겸 작곡가 Danny Keane의 미니 앨범. 대는 어린 시절 피아노를 비롯해 첼로와 색소폰 등의 악기를 학습하며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접하면서 작곡에 대한 관심도 꾸준히 성장시켜온 것으로 전해진다. 대학에서는 첼로를 전공했고 이후 클래식 솔로이스트와 실내악 연주자로 오랜 시간 활동했으며, 피아노를 연주하며 재즈 뮤지션으로서의 활동도 병행하는 등, 두 분야에서 나름의 재능과 명성을 인정받는다. 대는 연주자로서 뿐만 아니라 꾸준한 작곡 활동을 통해 클래식은 물론 영화나 영상 관련 작업에도 기여한다. 이와 같은 대니의 다양한 음악적 관심을 집약한 것이 Roamin’ (2020)으로 오랜 기간 유명 아티스트들과의 교류를 통해 형성된 자신의 스타일을 선보이게 된다. 앨범은 재즈, 민속 음악, 일렉트로닉, 클래식 등 여러 장르적 요소들을 결합하여 통합적인 양식으로 표출하는 독창성을 선보이며 많은 관심을 끌었는데, 그 안에 나름의 스토리텔링을 엮어내며 뮤지션으로서의 역량을 과시하기도 한다. 전작이 재즈를 중심으로 하는 다면성을 표현한다면, 이번 EP의 경우 개별 곡의 장르적 특성을 부각하며 대니의 다양성을 확인하는 앨범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다섯 곡에 불과하지만, 각각의 트랙은 나름의 고유한 장르적 특성과 더불어 피아노 혹은 첼로 연주자로서의 면모 또한 드러내고 있는데, 이에 비해 개별 연주의 구성은 무척 단순하여 전작보다 명료한 인상을 받는다. 본인 스스로는 감염병 사태를 거치며 경험한 일상적 느낌을 정리하기 위한 사색적 의도를 밝혔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이후 어떤 진화와 분화의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지를 담으려고 했다는 느낌도 들게 된다. “So Long Chick”에서는 베이시스트 Jon Thorne과 듀엣으로 인터플레이의 공간적 특성과 임프로바이징을 더한 재즈 연주를 들려주고 있는데, 이는 피아노 솔로 “Way Out”에서 장르적 유사성을 느낄 수 있다. 이에 비해 “Infinite Conclusions”의 경우 피아노 연주와 아날로그 신서사이저를 이용한 공간 구성을 통해 현대 작곡가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경향적 특성을 엿볼 수 있으며, “Emerging Light”에서는 여기에 자신의 첼로를 더해 그 양식을 보다 다면화한 모습을 들려준다. “Standstill”의 경우 바비첼 5인조 실내악 편성의 내밀한 음악적 구성을 선보이는 등, 짧은 분량의 EP임에도 불구하고 대니의 다양한 면모를 비교적 단출한 언어적 표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다양한 장르적 표현을 통해 우리 현실 사회의 복잡성과 고립에 대한 사색의 계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작업이다.

 

2022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