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nd

David Darling - Reverence (Curve Blue, 2022)

komeda 2022. 3. 9. 18:41

작년 초에 세상을 떠난 미국 첼로 연주자 겸 작곡가 고 David Darling의 유작. 개인적으로 데이비드의 음악을 처음 접했던 것은 ECM의 작품들로, 그의 솔로는 물론 여러 뮤지션들과의 협업으로 완성한 앨범들은, 그전까지 편협한 장르적 규범에서 음악을 접했던 제한된 시각에서 벗어나 보다 유연한 수용을 가능하게 했던 계기 중 하나였다. 1960년대 중반에 시작된 데이비드의 음악적 경력은 1970년대 ECM의 황금기를 함께 했고, 1980년대에는 창의적인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임프로바이징을 가르치고 육성하는 뮤지션들의 네트워크인 Music for People의 공동 설립자로 이름을 올린다. 그의 연주와 음악은 클래식, 월드, 재즈, 록 등 다양한 장르를 포괄하면서도 듣는 사람의 내면에 쉽게 도달하는 깊이와 생명력을 지녔으며, 2010년에는 Prayer for Compassion (2009)을 통해 그래미 어워드 최우수 뉴에이지 앨범을 수상하기도 했다. 생전에 발표한 Homage To Kindness (2019)는 지나온 음악 여정을 당시의 시점에서 되돌아보는 듯한 회고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여, 마치 서서히 다가오는 삶의 마지막을 예고하는 것만 같은 깊은 정회를 느끼게 했다. 이번 앨범은 지금까지 발매된 작품 중 주제가 맞지 않아 수록되지 않거나 아이디어 단계로 남아 있던 스케치를 데이비드의 오랜 동료이자 친구인 Mickey Houlihan의 주도로 복원해 완성한 곡들을 담고 있다. 간단한 초안 상태로 남았던 음악을 고인의 음악적 의도에 따라 재구성하는 한편, 단순한 싱글 트랙으로 기록된 연주에 여러 뮤지션들이 자신의 재능을 더하기도 했다. 피아노 및 키보드 Paul Fowler를 비롯해, 기타 Ross Bellenoit, 보컬 Katie Mintle, 징 Ty Burhoe 등 외에도 여러 연주자들이 참여하여, 어쿠스틱 및 8현 전자 첼로 등으로 남겨진 고인의 초안에 담긴 의미를 복원하고 있다. 레이어링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대부분 대부분의 사운드는 마치 배경처럼 자연스럽게 첼로에 점층을 이루며 데이비드의 스케치에 깃든 미묘한 뉘앙스를 선명하게 부각하는 섬세함을 지닌다. 때문에 앨범은 헌정의 의미보다는, 살아생전 데이비드가 지녔던 음악적 가치관에 충실히 따르려는 의도를 보여주고 있으며, 실제로 수록곡을 듣다 보면 그의 부재를 실감하기 어려울 만큼 첼리스트의 깊이 있고 심미적인 뉘앙스가 온전하게 전달된다. 이번 앨범은 데이비드의 기일인 1월 8일이 아닌, 그의 번째 생일인 3월 4일에 발매함으로써, 고인을 여전히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동시대의 뮤지션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는 동료들의 마음 또한 읽을 수 있다.

 

20220309

 

 

 

related with David Darling

- David Darling - Journal October (ECM, 19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