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d Melodies - The Foundations of Ruin (Cryo Chamber, 2018)
영국에서 활동 중인 뮤지션 Tom Moore의 프로젝트 데드 멜로디스 신보. 2000년대 중반 데뷔한 무어는 어쿠스틱 기타를 이용해 앰비언트와 포크를 넘나드는 포괄적인 양식의 음악 활동을 보여줬다. 2010년대 중반 이후 앰비언트 계열의 포스트-록과 실험적인 드론 음향을 결합한 프로젝트를 구상하며 지금의 DM 활동을 시작했고, 지금까지 EP를 제외하면 이번 앨범 포함 네 장의 음반을 발표하게 된다. 하지만 현재의 Cryo Chamber로 이적한 이후 발매한 Legends of The Wood (2017)에서는 우리가 흔히 다크 앰비언트로 분류하는 경향성을 강하게 내비치며 분명한 자기 노선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이번 앨범에서는 그 흐름을 굳히는 듯한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사실상 무어가 포스트-록을 지향하며 만들었던 Understated Theory 프로젝트와 Sparkwood 레이블 시절 DM 이름으로 발표한 앨범 사이의 음악적 차이가 무척 미묘했기 때문에 어쩌면 지금과 같은 확실한 스텐스의 정리는 이후 그의 음악적 입지를 위해서도 현명하다는 생각이다. 지금의 레이블로 이적한 이후 암울하고 음습한 분위기에 대한 묘사적 특징을 강하게 드러낸다는 점에서는 Cryo Chamber의 경향성과 잘 부합한다. DM의 작업은 효과음 뒤에 숨어 정체를 숨기고 있는 듯한 기타, 미세하고 신중하게 조율된 신시사이저, 가공된 듯한 느낌을 들게 하는 필드 리코딩 등이 조밀한 입자처럼 얽혀 모호한 사운드의 잔향을 완성하고 있다. 어쩌면 사운드와 효과의 조합 그 자체가 DM 음악의 본질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간혹 조심스럽게 제시되는 미니멀한 테마조차 소리의 입자와 부닥치며 서서히 풍화되는 듯한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운드와 이펙트의 높은 밀도로 강한 묘사적 분위기를 연출하지만, 과하지 않은 섬세한 표현을 구사하고 있어 결코 무겁거나 지나치게 그로테스크하지 않다. 덕분에 우리의 상상력 속에 이미지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고 있어 묘사적이면서도 나름 시테마틱한 분위기도 경험하게 된다. 독특한 미장센의 심령물 같은 느낌이다.
2018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