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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ertion Trio - Numbers Maker (Cuneiform, 2021)

komeda 2021. 5. 25. 22:30

미국 재즈 기타리스트 Nick Millevoi가 주축이 된 Desertion Trio의 앨범. 지금까지 드럼을 맡았던 Kevin Shea 대신 Jason Nazary가 새롭게 참여했고 베이스에는 여전히 Johnny DeBlase가 함께하고 있다. 트리오의 이름으로 발매한 통산 세 번째 작업이며, 이번 앨범에서는 게스트 없이 순수한 트리오 포맷으로 녹음을 완성하고 있다. 때문에 그동안 게스트 뮤지션의 톤에 의해 덧입혀졌던 연주가 아닌 트리오 고유의 색을 느낄 수 있는 녹음을 담고 있다. 트리오는 이와 같은 의미를 충분히 살리기 위해 청중들을 수용할 수 있는 스튜디오 내에서 리코딩을 진행한다. 녹음본은 오버더빙이나 리테이크 없이 라이브 그대로 앨범에 수록되었고 결과적으로 기존과는 다른 형식의 에너지 넘치는 라이브 앙상블을 완성한다. 때문에 이번 작업은 여러 면에서 기존 트리오의 앨범과 다른 결을 보여주는 듯하다. 더욱 라우 하게 표현된 사운드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지금까지 추구했던 복고적 취향은 여전히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닉의 기타에서 사용되는 디스토션이나 딜레이는 60년대의 스파이 혹은 서핑 기타의 테마를 연상하게 하는 듯한 사운드를 연출하며 베이스 워킹이나 드럼 비트가 만들어내는 집단적 원근감은 다분히 고전적인 록의 폭발적 에너지를 충실하게 담아내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준다. 발 빠른 베이스 워킹은 빠른 진행 속에서도 전체적인 분위기를 무겁게 눌러주고 있고, 정교하면서도 명료한 드럼은 이번 앨범의 음악적 지향을 보다 분명하게 드러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베이스와 드럼은 마치 닉의 연주를 위한 탄탄한 토대처럼 작용하고 있어 그 위에서 기타가 마음껏 활주 할 수 있는 넓은 무대를 마련해주는데, 이들 사이의 유기적 반응 또한 무척 기민해서 거의 모든 기타 솔로에 즉각적으로 대응하며 긴 시간의 프레이즈를 이어갈 수 있는 지원을 제공하기도 한다. 마치 우리가 깜빡하고 과거에 두고 온 무엇인가를 가지고 와서 새롭게 포장해 선물처럼 내민 것이 이번 앨범이 아닐까 싶다.

 

2021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