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ppler Trio - Archean (Berthold, 2021)
유럽에서 활동 중인 Doppler Trio의 앨범. 트리오의 두 번째 앨범으로 네덜란드 피아니스트 Daniël van der Duim와 베이스 연주자 Floris-jan van den Berg, 독일 드러머 Hendrik Eichler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네덜란드 음악원 ArtEZ Conservatory 출신의 젊은 뮤지션들로 이루어진 트리오는 Esbjörn Svensson과 Avishai Cohen의 음악에서 영감을 받아 현대 재즈의 새로운 사운드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는데, 직접적인 영향보다는 일종의 동기부여 정도로 받아들이는 것이 적당한 표현이 아닐까 싶다. 전작 Nebula (2019)보다는 사운드는 보다 안정된 느낌을 주고 음악적 모티브를 이루는 요소들 또한 명료해졌지만, 기본적인 지향점에서는 크게 바뀐 점을 찾기는 힘들다. 이전 작업에서 보여준 중동 스타일의 이국적인 에스테틱 한 멜로디며, 신서사이저를 이용한 사운드 스케이프 및 이펙트의 구성과 더불어, 보이스 내레이션의 활용 등 요소적 특징들은 현재의 작업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효과를 발휘한다. 이와 같은 몇 가지 특징적인 요소적 활용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기본적인 트리오에 대한 전통적 스텐스 위에서 자신들의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점이 도플러 트리오를 독특하게 만드는 지점이기도 하는데, 공간적 구성을 전위시켜 새로운 문법적 접근을 시도하는 방식과는 달리 기존의 전통적 틀을 유지하면서 그 속에서 표현의 오소독스를 깨트림으로써 언어적 확장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감각적이고 영민한 전략을 엿볼 수 있다. 물론 이와 같은 접근을 시도한 다른 그룹도 존재하지만, 이들 트리오는 자신들만의 유니크함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요소적 선택에서 탁월함을 보였을 뿐만 아니라 이를 활용하는 방식에서도 나름의 신선함 감각을 발휘하고 있다. 그 무엇보다 이들의 가장 큰 매력은 서사적 진행에서 드러나는 서정적이면서도 감각적인 라인이다. 젊기에 가능한 음악이며, 충분히 공감 가능한 작업이다.
2021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