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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stin O'Halloran & Herdis Stefánsdóttir - The Essex Serpent (Lakeshore, 2022)

komeda 2022. 6. 16. 22:11

Sarah Perry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Clio Barnard 감독의 애플TV+ 시리즈 The Essex Serpent (2022)의 OST 앨범. 19세기 말 영국을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는, 종교적 세계관과 과학적 합리론이 양립하는 상황에서 남편을 잃은 부유한 여성과 시골 마을 신부의 관계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에식스라는 시골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 한 실종 및 사망 사건을 두고 마을 사람들은 이를 악마의 소행이라고 여기게 되고, 여주인공 코라는 여기에는 합당한 합리적인 설명이 가능한 과학적 근거가 존재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여기에 마을 신부 윌은, 시대의 새로운 과학적 지식을 수용하면서도 종교적 신념과 역할에 충실하려고 하는 갈등적인 존재로 묘사되고 있어, 무척 흥미로운 캐릭터로 등장한다. 여기에 주변적인 여러 인물을 통해 오늘날의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문제를 다루기도 하지만, 드라마는 기본적으로 에식스 마을에 존재한다고 여겨지는 뱀과 이를 둘러싼 갈등을 전면에 두고, 미스터리와 심리적인 갈등에 몇 방울의 로맨스까지 얹은 복합적인 복선들을 활용하고 있다. 모든 갈등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우연한 자연 현상을 통해, 말 그대로 단 한 방에 해소되는 결말은 조금 허망하기까지 하지만, 차츰 쇠퇴해 가는 종교적 신념은 물론 모든 일상에 온전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하는 과학적 사고의 양면을 그렸다는 점에서는 나름 재미있게 시청한 드라마일 것이다. 음악은 미국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Dustin O'Halloran와 아이슬란드 출신 Herdis Stefánsdóttir가 담당하고 있다. 둘은 각자의 개별적인 활동 외에도 여러 편의 영화와 드라마를 비롯한 미디어 음악에 기여한 경력이 있으며, 이번 시리즈를 통해 함께 스코어를 담당하고 있다. 에르디스의 경우 평소 개인 활동에서는 일렉트로닉 계열의 앰비언트 음악을 주로 선보이고 있지만 미디어 관련 작업에서는 전통적인 연주 악기의 텍스쳐를 폭넓게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더스틴의 기존 작업과 상당 부분 공통분모를 형성한다. 음악은 시대적인 배경에 걸맞게 현악기를 중심으로 구성된 연주가 주를 이루고 있는데, 현대적인 방식의 편성을 통해 모던한 스케일로 연주하고 있는 바비첼더는, 각각의 스트링이 지닌 거칠고 날카로운 질감을 충분히 살려 서스펜스와 다양한 심리적 갈등에 대응하는 묘사적 표현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각 개별적 디테일에서 여러 주변적인 하프나 피아노와 같은 악기들을 비롯 일렉트로닉을 활용한 배음을 구성해 그 묘사적 특징을 섬세하게 완성하며, 스크린을 가득 채운 고유의 색감과 분위기에 따른 변화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전체적인 내러티브의 흐름에 따라 진행된다기보다는, 개별 씬의 공간을 청각적으로 완성한다는 인상이 강한데, 마치 바람 소리나 등장인물 내면의 동요와 갈등을 음악에 담아 전달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하여, 스코어 그 자체만으로도 풍부한 정서적 울림을 전달하기도 한다. 에식스의 뱀이라는 미스터리를 갑작스럽게 뱀 꼬리 식 로맨스로 결론을 이끈 연출 방식은 조금 아쉽지만, 음악은 그 안에서 충분히 인상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그 기억을 간직하기에는 전혀 부족함이 없는 앨범이다.

 

20220616

 

 

 

related with Dustin O'Halloran (as A Winged Victory for the Sullen)
- Dustin O'Halloran & Volker Bertelmann - Ammonite (Milan, 2020)
- Dustin O'Halloran - Silfur (Deutsche Grammophon, 2021)
- A Winged Victory for the Sullen - Invisible Cities (Artificial Pinearch Manufacturing,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