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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ho Says Echo - Pause (Fluttery, 2021)

komeda 2021. 6. 28. 22:05

프랑스 포스트-록 그룹 Echo Says Echo의 데뷔 앨범. 두 대의 기타, 베이스, 드럼으로 이루어진 4인조 ESE는 2015년 처음 결성한 이후 지금까지 주로 라이브 필드에서 실력을 다져온 것으로 전해진다. 포스트-록 및 앰비언트 계열의 음악을 전문으로 출판하는 Fluttery 레이블을 통해 첫 앨범을 발표한 것만으로도 이들이 지금까지 어떤 역량을 축적해왔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번 앨범은 ESE가 지금까지 작곡하고 필드에서 함께 공유했던 자신들의 오리지널을 담고 있는데, 개별 곡 일부에서는 공교롭게도 우리 시대 현재 상황을 반영한 듯한 타이틀들이 눈에 띄기도 한다. 이와 같은 예상들은 실재 이 앨범을 들어보면 강한 몰입과 호소력을 지닌 사운드 덕분에 상당 부분 음악적으로 현실화하고 있다는 느낌으로 전달된다. 이들의 사운드는 4인조 규모의 포스트-록 밴드에서 구현할 수 있는 가장 모범적인, 그러면서도 거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다. 듣는 이와의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정서적 깊이를 더하는 슈게이즈, 에너지와 디테일의 적절한 균형점을 이끌어가는 사운드 스케이프, 직설적이면서도 명료한 라인과 풍부한 대비와 배음을 이루는 프레이즈 등은 우리가 흔히 포스트-록에서 기대하는 모든 요소들을 충실하게 담아내고 있는 듯하다. 그러면서도 이들의 더욱 큰 매력은 타이틀과 관련한 음악적 내러티브를 매우 설득력 있게 전달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서히 조여 오는 듯한 차분한 빌드-업과 예측 가능한 점진적 진행을 보여주면서도 세밀한 디테일에서도 흠잡을 곳 없는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어 곡에 대한 서사적 몰입과 메시지에 대한 강한 공감을 유도하기도 한다. 이는 마치 힘겨운 시대를 함께 보내는 모든 이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전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해서 앨범을 듣는 동안 깊은 울림을 경험하게 된다. 앨범은 다분히 스튜디오의 정교함이 강조되고 있기는 하지만 스테이지를 강하게 지향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어, 실재 공연에서는 어떤 형식으로 재현될지 무척 궁금해지기도 한다. 이들의 라이브를 보고 싶다는 생각만으로도 '일시 정지'가 해제된 이후의 새로운 일상에 대한 갈망을 품게 해주는 앨범이다.

 

2021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