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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guana - Freedom (Cosmicleaf, 2021)

komeda 2021. 6. 27. 22:48

Eguana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러시아 전자음악가 Sergey Severin의 미니 앨범. 이구아나 프로젝트가 지향하는 음악을 특정하기 어려울 만큼 워낙 다양한 스타일의 작업을 들려주고 있는 데다, 또 왕성한 창의력을 바탕으로 거의 매달 한 장의 앨범을 발표하고 있다. 다만 그가 최근에 무엇에 몰두하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것이 작년 말부터 꾸준하게 발표하는 일련의 Cosmos 시리즈인데, 1시간에 가까운 연주곡 하나로 한 장의 앨범을 구성하는 무서운 집중력을 보여주며 지금까지 Episode 9까지 발매된 상황이다. 그 와중에 연작과는 별도로 짧은 단편들을 다섯 곡 수록한 이번 EP를 선보이고 있는데, 이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시리즈와는 다른 음악적 결을 보여주고 있어 오히려 신선한 느낌을 경험하게 한다. 장르적으로는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경향적 특징을 강하게 반영하고 있으며, 피아노 사운드가 메인을 이루며 멜로디와 라인 중심의 진행을 보여준다. 앨범 타이틀에서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듯이 곡의 진행은 일정한 형식적 규범에 얽매이지 않고 멜로디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따라가고 있는데, 앨범 전체적으로 일관된 특징을 보인다기보다는 개별 곡의 성격에 맞는 독립적인 플로우와 구성을 보여준다. 피아노와 스트링 계열의 사운드를 조합한 곡들은 대체로 가벼운 분위기에서 나름의 서정적 서술을 이어가고 있어 듣기에 따라 흔히 말하는 경음악 같은 분위기도 느껴지는데, 다분히 애잔한 정서를 바탕으로 하는 비장함을 강조하고 있어 그 느낌은 절대 가볍지만은 않다. 앨범에서 개인적으로 독특하다고 느낀 것은 "Treasure Abyss Flower"와 이어지는 "Part 2" 두 트랙인데, 앞의 곡에서는 기존의 스트링 오케스트레이션 같은 배경 처리 대신 현과 신서사이저의 사운드가 적절한 타협을 이룬듯한 미묘한 사운드 스케이프를 활용하더니, 마지막에서는 이구아나 특유의 일렉트로닉의 배음을 본격적으로 펼치며 마무리를 하고 있다. 이는 마치 자유로운 여정 끝에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려는 듯한 회귀의 느낌을 연출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 나름 재미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15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기억 한 편 어느 순간과 우연히 마주한 듯한 아련함을 제공해주는 앨범이다.

 

2021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