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ily Francis Trio - Luma (self-released, 2022)
영국 키보드 연주자 Emily Franci의 트리오 앨범. 어린 시절 음악적인 환경에서 자면서 여러 악기를 익히게 된 에밀리는 10대부터 이런저런 무대에서 공연하는 등, 이미 남다른 재능과 열정으로 이른 나이에 음악가의 길을 선택한 뮤지션이다. 결혼식 밴드 활동을 전전하며 만난 베이스 Trevor Boxall와 공통된 음악적 취향을 확인하게 되고, 이후 드럼 Jamie Murray가 합류하면서 Emily Francis Trio는 자신들만의 고유한 음악적 색을 지닌 그룹으로 탄생하게 된다. 2014년 결성된 EFT는 The Absent (2015)를 통해 재즈-록, 프로그레시브, 사이키델릭, 일렉트로닉 등을 결합한 독특한 사운드를 선보이며, 이를 창의적으로 재구성한 트리오의 공간에서 실현하여 큰 주목을 받게 된다. 단편적인 몇 편의 싱글을 제외하면 7년 만에 발표한 이번 앨범은 기존 EFT의 언어를 한 층 더 구조화하고 체계화된 양식 속에서 깊이를 더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표현에서도 그루브 한 감각을 보다 세련된 양식으로 발전시키는 등, 모든 면에서 놀라운 진화를 담아내고 있다. 에밀리의 피아노와 키보드를 이용한 고전적인 역할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도 없고, 신서사이저와 일렉트로닉의 활용에 있어 통상적인 주변음의 구성이라는 제한된 기능을 넘어서고 있다. 이는 마치 트리오 외부의 도움으로 완성해야 하는 사운드나 연주의 공간에 대해, 편성의 확장 대신 자신들이 가진 음악적인 리소스를 이용해 해결하는 듯한 모습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트리오 고유의 사운드를 보다 내밀한 방식에서 완성하고 그 안에서 다양한 표출 양식을 전개하는 능동성으로 드러나게 된다. 이 과정은 단지 에밀리가 구사하는 사운드의 다양성 하나만으로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사운드가 전혀 이질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기존 트리오의 표현에 통합할 수 있도록 베이스와 드럼 또한 적합한 대응을 선보이며, 공간 구성에서 보여줄 수 있는 유기적 앙상블을 완성하게 된다. 각 곡의 특성에 맞는 베이스의 톤과 주법은 물론, 복합적인 구성의 변박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며 독특한 양식의 리듬 패턴과 그루브를 연출하는 드럼은, 에밀리의 다양한 사운드의 활용 가능성을 개방하는 단단한 토대를 이루는 것은 분명하다. 이들이 다루고 있는 음악적 콘텐츠는 분명 과거 6말7초의 유형에서 기원하고 있지만, 이것을 단순한 레트로의 영역에서 해소하지 않고 현대적인 언어로 통합할 수 있었던 것은, 이처럼 멤버들 각자가 지닌 음악적 창의성에서 비롯된 것이며, 이를 하나의 표현으로 통합하는 유기적 공간 확보에 대한 의지 또한 큰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하다. 트리오를 넘어선 트리오다.
2022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