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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manuel Holterbach - Ricercar nell'ombra [by Blutwurst] (Another Timbre, 2020)
komeda
2021. 2. 4. 20:54
프랑스 전자음악가 겸 작곡가 Emmanuel Holterbach의 작품을 이탈리아 앙상블 Blutwurst가 연주한 앨범. 1950년대부터 내려오는 프랑스 여성 전자음악의 계보를 잊는다는 에마누엘의 작업은 주로 자신의 장비를 활용한 재현을 통해 세상에 선보였는데, 이번 앨범은 7인조 편성의 실내악 형식으로 녹음을 진행했다. 또 한 가지 특이점은 앨범에 단 하나의 곡만 수록되어 있고 그 길이가 무려 46분이 넘어간다. 개인적으로 이번 앨범이 흥미로웠던 것은 현재 진행 중인 일렉트로닉 계열의 앰비언트 음악에서 주로 사용되는 여러 효과를 어쿠스틱 라이브로 재현했다는 사실이다. 현의 롱 레가토를 이용해 전자음악에서의 드론 스웰을 만들어냈고 관악을 이용해 사운드 레이어를 구성하는가 하면 나름의 이펙트도 연출한다. 물론 전자음악이 현대음악의 기악적 표현을 차용해 발전하면서 자신만의 고유한 구성 영역을 확장하기도 했지만, 장르적 규범이나 분류의 편의는 둘을 다른 영역으로 구분 및 평가하도록 강요한다. 하지만 이 앨범은 둘 사이의 음악적 경계가 무의미함을 입증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여준다. 물론 듣는 입장에서는 여전히 어떤 기존의 습관에 의해 관점을 강요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 포지션에 따라 이 앨범에 대한 평가도 달라질 수 있겠지만, 이 작업에서 보여준 시도와 문제 제기에 대해서는 엄지 척 해주고 싶다.
2021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