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björn Svensson Trio - Live in London (ACT, 2018)
스웨덴 재즈의 전설 에스비에른 스벤손 트리오의 미공개 유작. 이미 작년 말 스벤손 사후 10주기를 기억하기 위한 이번 앨범 발매 예정 소식이 공개되었고, 드디어 그의 기일인 6월 14일을 한 달 앞두고 공개되었다. 스벤손 생전에도 EST의 영향력은 지대했지만, 뜻하지 않았던 그의 죽음을 계기로 EST는 새로운 기준에서 평가 작업이 이루어진다. 재즈 트리오에 있어 그와 EST가 확장하고 개방한 표현의 영역은 단순한 스타일의 측면에서 진행된 것이 아니라 장르의 경계와 그 접점에서 사고 가능한 다양한 가능성을 음악적 실천으로 보여줬다는 점이 주목되어야 한다. 지금 되돌아 1993년부터 2008년까지 녹음된 EST의 작업을 들어보면, 자신들의 진화 과정이 곧 재즈 트리오의 새로운 언어와 문법의 탄생과 연관되어 있었다. 스벤손 사후에 EST의 Dan Berglund와 Magnus Öström은 각자 자신의 방식으로 EST의 유산을 이어가기 위한 실천을 지속했고, 동시대 혹은 그 이후에 탄생한 수많은 피아노 트리오 또한 EST가 확장한 음악적 지반 위에서 새로운 음악적 실천과 활동을 고민하게 된다. 오늘날 새로운 음악적 지향을 선보이는 피아노 트리오의 작업에 대해 많은 사람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EST를 경유해 그들의 음악을 듣게 된다. 결과적으로 EST는, 적어도 아직은 현재 진행 중인 피아노 트리오 작업의 새로운 진화를 판단하기 위한 기준이고 레퍼런스인 셈이다. Post-EST라고 부르는, EST 이후의 EST에 대한 사고 또한 EST가 도달한 음악적 지반 위에서 시작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번 앨범은 Viaticum (2005) 녹음 이후 진행된 공연을 담고 있어, 레퍼토리에서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다. EST 활동 당시 DVD와 보너스 앨범 포함 3.5개의 라이브 음반이 발매됐고 그 외 수많은 비공식 부트렉이 존재하고 있지만, 이번 앨범은 이들 공연의 일단을 관찰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공식 라이브러리가 추가된 것만으로 의의가 깊다. 왜 여전히 오늘날의 트리오의 언어와 문법은 EST를 경유할 수밖에 없는지를 증명하는 또 하나의 기록인 것이다.
2018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