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nd

Florian Favre Trio - On a Smiling Gust of Wind (Traumton, 2018)

komeda 2018. 3. 29. 12:09


베를린에서 활동 중인 스위스 출신 피아니스트 플로리안 파브르의 트리오 신보. 파브르는 앞서 이야기했던 스위스 트리오 Escape Argot에서 피아노를 담당했던 인물로 정규 교육 과정 중에 William Evans, Colin Vallon, Andreas Scherrer, Thierry Lang 등으로부터 사사한 엘리트 코스 출신 뮤지션이다. 다양한 음악가들과의 협연은 물론 개인 프로젝트도 병행하며 음악적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데, 솔로와 더불어 트리오는 파브르에게 있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활동이다. 이번 앨범은 T'inquiete Pas, Ca Va Aller (2013)와 Ur (2016)에 이은 세 번째 녹음으로 트리오의 오랜 동료인 베이스 주자 Manu Hagmann은 여전히 함께하고 있으며 드럼 연주자로는 Arthur Alard이 합류했다. 아쉽게도 아직 트리오의 첫 앨범을 들어보지는 못했고, 단지 2016년 전작과 이번 음반만을 놓고 이야기한다면 이들 트리오는 정통적인 스텐스에서 현대적인 어법과 표현을 활용한다는 특징을 보여준다. 조금 더 엄밀하게 말한다면 파브르의 솔로 앨범 Derniere Danse (2015)에서 보여줬던 감각적인 표현들을 트리오라는 확장된 공간에서 재현한 것으로 봐도 무방할 만큼 피아노의 표현과 진행은 물론 작곡과 편곡에서의 주도성이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파브르는 베이스에게 상대적으로 넓은 공간의 기회를 개방하고 있어 다양한 하모니의 구성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트리오만의 고유한 음악적 특징을 완성한다. 하그만의 베이스는 마치 자율적으로 반응하는 파브르의 또 다른 왼손이라는 느낌을 줄 만큼 둘 사이의 인터액티브한 상호작용은 유기적이고 긴밀하다. 특히 이번 앨범에서는 보다 더 자연스러운 흐름을 강조한 듯한 안정적인 분위기가 눈에 띈다. 앨범의 타이틀을 의식한 결과인지 아니면 지금의 연주를 제목에 반영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이번 음반은 전작보다 상대적으로 보다 편안한 표현과 스타일이 돋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살아 있는 응집력은 파브르 트리오의 이니셜이나 다름없다. 지금의 계절과 잘 어울리는 음악들이다.


2018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