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nd

Francesco Caligiuri & Nicola Pisani - Monastère Enchanté - L'ensemble Créatif (Dodicilune, 2022)

komeda 2022. 7. 13. 23:46

두 명의 이탈리아 색소폰 연주자 겸 작곡가 Francesco Caligiuri와 Nicola Pisani의 공동 앨범. 이번 앨범은 프란체스코와 니콜라의 공동 타이틀로 되어 있지만, 협업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고 각자 자신의 앙상블로 완성한 곡들을 함께 수록하고 있다. 이번 작업은 즉흥 연주와 고음악의 관계를 기록하기 위한 Spezzano della Sila의 재즈 페스티벌인 Locum Sacrum을 위해 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둘 다 클래식 전문 교육을 이수하고 이후 재즈로 연주 분야를 확장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데, 2010년대 초에는 니콜라가 주축이 된 Cypriana 프로젝트에 당시 학생이던 프란체스코가 일원으로 참여하면서 이들은 사제의 관계를 맺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둘은 공통의 음악적 관심사를 공유하며 이번 작업을 함께 진행하게 되는데, 각자의 앙상블을 통해 음악을 제공하고 있음에도 앨범 전체에 일관된 뉘앙스와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이와 같은 배경들 때문이 아닐까 짐작하게 된다. 프란체스코는 뱀처럼 생긴 옛 관악기 세르팡을 연주하는 Michel Godard, 첼로 Paolo Damiani, 베이스 Luca Garlaschelli 등으로 이루어진 Monastère Enchanté를 이끌고 있고, 니콜라는 보컬 Francesca Donato, 트롬본/씨쉘 Giuseppe Oliveto, 고전 드럼 및 현악기 Checco Pallone, 퍼커션 Francesco Montebello 등과 함께 게스트 플루트 Eugenio Colombo가 참여한 L'ensemble Créatif를 리드하고 있다. ME 사중주는 프란체스코가 작곡한 8편의 오리지널을 제공하고 있는데, 독특한 기악적 공간 속에서 섬세하게 임프로바이징의 모티브를 확장하는 “Sombre mystérieux” 4부작을 비롯해, 고전 시대의 여러 음악적 양식들을 테마로 하는 작품들을 포함하고 있다. 이에 비해 니콜라의 L’eC 앙상블은 Barbara Strozzi, Francesco Cavalli, Nicolò Minato, Henry Purcell, Nahum Tate 등 17-18세기 음악가들의 원곡을 재즈의 음악적 합의에 근거한 새로운 해석은 물론 가사를 포함한 해석으로 재연하고 있는데, 여기에 Charlie Haden의 “Our Spanish Love Song”과 “Silence”가 포함된 것은 조금은 의외이면서도 무척 신선한 조합이라는 느낌이다. 프란체스코의 ME와 니콜라의 L’eC가 다루는 편성 혹은 구성 등의 형식이나 소재 및 테마에서 드러나는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르네상스 및 바로크 시대와 그로부터 영감을 받은 곡들이, 재즈의 언어와 표현과 어떤 연관을 맺고 있는지에 대해 나름의 섬세함과 진지함을 보여주고 있다. 편성의 차이를 반영하고 있는 탓에 두 앙상블이 보여주는 미묘한 접근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하나의 연주에 다면적인 내용을 담기보다는 핵심을 이루는 주제의 선명성을 부각하기 위해 해당 곡이 지닌 고유의 언어와 표현에 충실한 재연을 보인다는 점은 비슷하다. 이들은 마치 클래식과 재즈 사이에 존재하는 콘트라스트를 유지하면서도 비슷한 세츄레이션을 통해 동일 공간에 안에서 일체감을 완성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은 큰 틀에서 고음악과 재즈의 관계를 다루고 있지만, 그 사이에서 표출 가능한 양식의 다양성 또한 조심스럽게 포함하는데, 고전적인 테마들은 민속적인 양식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임프로바이징의 모티브를 확장해 프리 재즈 특유의 자율성의 개방을 보여주기도 하여, 나름의 다양성과 유연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럼에도 전체적인 공간 구성에서는 마치 실내악적 규범에 충실한 듯한, 엄밀함을 강조한다는 인상이 지배적인 것은 사실이다. 다양한 악기는 물론 개별 사운드가 포함하는 여러 양식의 표출을 활용하고 있으면서도, 공간 구성의 엄밀함 덕분에 안정적인 균형감과 최면적인 하모니를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두 앙상블의 연주를 교차 배열해 독특한 시공간의 경험을 제공한 큐레이팅 또한 매력적인 앨범이다.

 

2022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