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acinto Maiorca & Oscar De Caro - Drumbha (Auand, 2022)
이탈리아 드러머 Giacinto Maiorca와 튜바/트롬본 연주자 Oscar De Caro의 프로젝트 협업 앨범. 지아친토와 오스카는 이탈리아 코센차의 Conservatorio di Musica “S. Giacomantonio” 동문인 것으로 전해지며, 2020년 여름 감염병 사태로 인해 공연 일정이 중단되자 음악적 협업을 위한 계획을 실행하고 구체화하면서 이번 프로젝트가 완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프로젝트는 두 뮤지션이 드럼을 비롯해 튜바, 유포니움, 트롬본 등의 어쿠스틱 악기 연주를 녹음하는 것에서 시작했지만, 이후 각 곡의 특징에 맞게 동료와 친구들을 참여시켜 현재의 앨범을 완성하게 되는데, 그 참여 인원만 20명 가까이 이르게 된다. 앨범을 들어보면 각각의 곡들은 저마다의 고유한 특징을 드러내고 있으며, 그 성격에 따라 연주 악기의 편성은 물론 일렉트로닉의 활용 또한 다양한 방식의 조합을 이루고 있음을 보게 된다. 이러한 조합과 구성의 다양성은 각기 다른 장르적 표현을 포함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는 점은 흥미롭다. 아트록, 클라우트 록, 사이키델릭, 신스 웨이브 등과 같이, 우리가 흔히 재즈의 장르 접합적 예에서 쉽게 관찰하기 힘들었던 요소들이 활용되고 있으며, 그 표현 또한 무척 섬세하고 구체적인 양식으로 드러나고 있어 다채롭고 신선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앨범은 이와 같이 다양한 요소들을 포괄하면서도, 각각은 재즈와의 연관성을 분명히 하고 있으며, 그 관계에서 재즈의 우위 또한 명확히 하고 있다. 이는 마치 재즈라는 범주 내에서 그 경계의 방향과 위치를 확인하고, 그 접점에서 표현의 양식을 확장하는 듯한 모습처럼 보이기도 하다. 다분히 레트로 한 장르와의 관계를 보여주고 있어, 과거의 음악적 분위기를 연상하게 하는 묘한 기시감도 존재하지만, 그 표현에서는 현대적인 세련미를 담고 있다. 이와 같은 인상은 현대적인 사운드를 통해 공간을 구성하는 섬세함을 통해서 완성되기도 하는데, 일렉트로닉은 각 악기 사이의 배음을 자연스럽게 엮어 내면서도 과하지 않은 밀도감을 연출하는가 하면, 보컬의 튜닝을 통해 트렌디 한 멋을 살리는가 하면 패닝을 이용해 감각적인 공간감을 연출하기도 한다. 여기에 고전적인 연주 악기의 소스를 활용하는 방식에서도 전통적인 위상의 배열에서 벗어나, 다양한 층위의 복합적인 조합을 활용해 보다 풍부한 공간적 배경을 완성하여 라인의 선명함을 부각하는 접근 또한 현대적인 고전미를 완성하는 요소이기도하다. 이와 같은 기술적인 이유들 외에도 근본적으로는 재즈라는 범주 내에 주변 장르의 요소들을 포괄하는 방식에서 보여준 유연성이 핵심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앨범 전체를 통해 이것이 가장 상징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지아친토와 오스카 사이의 관계가 아닐까 싶다. 고전적인 양식을 상징하는 관악기와 감각적인 표현을 응용하는 드럼 및 일렉트로닉의 대칭적인 균형과 조화가 상호 인과성에 의해 유지되고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다면적인 표현은 더욱 긴밀하면서도 온전한 형식으로 완성된다. 고전과 현대의 미적 조합이 불러일으키는 묘한 농밀함을 간직하면서, 재즈와 그 주변 장르와의 관계에서 확장되는 신선한 표현들은 물론, 다양성 안에서도 일체감을 경험하게 하는 몰입 등, 여러 면에서 매력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앨범이다. Alan Parsons Project처럼 지아친토와 오스카의 협업도 지속적인 창의로 이어지기를 희망하게 된다.
2022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