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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ass Museum - Reflet (Sdban, 2022)

komeda 2022. 5. 2. 18:42

벨기에 피아노/키보드 연주자 Antoine Flipo와 드럼/퍼커션 Martin Grégoire로 이루어진 듀오 Glass Museum의 앨범. 2010년대 중반 결성된 GM은 재즈라는 음악적 카테고리 안에서 형성될 수 있는 다양한 장르적 융합의 독특한 예를 보여주고 있다. 음악을 둘러싼 다양한 환경, 그중에서도 특히 장비나 악기의 발전은 이전과는 다른 사고를 개방하고 이는 규범처럼 여겨진 기존 통념과 다양한 모습으로 대질하기도 하는데, 이와 같은 충돌의 지점이 새로운 창의를 위한 출발점이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이와 같은 기존 언어와 새로운 문법의 대질은, 때로는 서로 다른 장르적 경향성의 대면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그 양상 역시 융합이라는 형식으로 드러나는가 하면, 경우에 따라서는 충돌 에너지로 표출되어 전에 없던 낯선 경험으로 전달되기도 한다. GM은 그 후자의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으며, 두 가지 서로 다른 장르적 특성이 대질하고 유연한 균형을 이루는 창의적인 예를 보여주는 그룹이다. 이들의 음악은 재즈와 일렉트로닉 사이에 완벽한 균형을 지향하지는 않는다. 데뷔작인 Deux (2018)에서는 다운템포, 모던 클래시컬, 재즈 등의 요소들이 지닌 특성들을 배합해 각기 다른 양식으로 표출될 수 있는 다양한 예를 선보이기도 했고, Reykjavik (2020)의 경우 재즈에 무게 중심을 이동해 서로 다른 특성들이 포용될 수 있는 나름의 벨런스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만큼 GM은 자신들이 갖고 있는 음악적 리소스를 유연하게 조합하면서도, 서로의 유기적인 연관을 드러낼 수 있는 폭넓은 대칭점을 활용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세 번째 정규 앨범인 이번 작업에서도 이와 같은 GM의 특징들은 인상적으로 반영되어 있다. 두 명의 연주자로 이루어진 조합이지만 GM은 하프시코드와 만돌린 중간 어디쯤 위치하는 듯한 독특한 톤의 사운드를 포함한 여러 스트링 계열을 비롯해 관악의 질감을 재현한 키보드는 물론, 퍼지 한 느낌의 베이스 워크를 드럼 머신을 이용해 연출하는 등 다양한 사운드의 조합과 활용을 보여주고 있다. 다수의 전자 악기를 활용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장비의 기본 기능을 통해 재현된 연주 중심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는데, 그만큼 멜로디를 통해 전달되는 다양한 사운드의 유지적인 반영은 GM만의 고유한 음악적 몰입을 가능하게 한다. 이는 작곡의 의지를 연주를 통해 완성하는 방법일 뿐만 아니라 임프로바이징의 모티브가 개입할 수 있는 공간을 개방하는 요인이기도 하여, 이들의 능동적 창의성을 자연스럽게 녹아내기도 한다. 재즈, 모던 클래시컬, 일렉트로닉 사이에 존재할 수 있는 여러 함수관계를 유연하게 활용하며, 앰비언트, 딥 하우스, 미니멀 테크노, IDM 등의 폭넓은 형식적 표현으로 재현하는 과정은 현대적 융합의 다양한 가능성을 폭넓게 보여주는 훌륭한 모범임은 분명하다. 과감한 조합을 활용하면서도 그 구성에서는 무척 섬세하고, 감각적인 모습을 취하면서도 관능적인 매력이 담긴 연주를 들려주는 앨범이다.

 

2022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