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ÜM - Don’t Take It So Personally (Losen, 2022)
노르웨이에서 활동 중인 세르비아 출신 피아니스트 Bojan Marjanović, 노르웨이 베이스 연주자 Bjørnar Kaldefoss Tveite와 드러머 Magnus Sefaniassen Eide로 이루어진 트리오 HÜM의 앨범. 각자의 활용 영역에서 경력을 축적해온 세 명의 뮤지션은 작년 초 공동의 음악적 합의를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트리오를 결성했고 약 1년여간의 준비를 거쳐 첫 앨범을 선보이게 된다. 트리오는 유러피언, 컨템퍼러리, 포크 등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오리지널을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으며, 이러한 의지가 반영된 이번 앨범은 이들 트리오의 음악적 창의와 존재감을 드러내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는 강한 인상을 주고 있다. 흔히들 말하는 유러피언, 특히 북유럽 특유의 경향적 특징들을 충실하게 재현하면서도 자신들만의 유니크 한 면모를 잘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클래식과 재즈의 음악적 언어를 유연하게 구사하는 피아니스트의 개인적인 재능은 물론, 능동적 자율성을 바탕으로 긴밀한 상호 작용을 구현하는 베이스와 드럼의 창의적 개입이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로맨틱한 서정과 맞물리며 화려하면서도 심미적인 피아노가 전면에 부각되면서도, 베이스와 드럼의 공간적 확장과 더불어 각각의 창의적 직관이 자연스럽게 발현될 수 있도록 트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베이스와 드럼의 기민한 능동성은 속도감 있는 진행 속에서도 유려함과 섬세함을 잃지 않으며, 그 과정은 정교한 구조적 요소처럼 드러나고 있어, 어떠한 빈틈도 보이지 않는 완벽한 총합을 완성한다. 이와 같은 연주가 가능할 수 있었던 이면에는 작곡과 즉흥의 경계에 대한 형식적 구분을 상대화하는 대신, 인터랙티브 한 상호작용의 모티브를 확장하는 트리오의 접근이 유효하게 작용했다는 인상이 강하게 들기도 한다. 작곡과 즉흥을 통합적으로 사고하는 이들의 접근은 기존의 프리 재즈의 전통과는 일정한 거리가 있으며, 오히려 고전적인 실내악적 엄밀함을 활용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어, 트리오 내부의 음악적 장력과 결속을 지속하는 과정을 이어간다. 때문에 이들의 연주는 자유로운 활기가 넘치면서도 강한 내력을 지닌 견고한 형상을 보여준다. 이는 개별 공간의 자율성을 강조한 기존 유러피언의 전통과도 맞닿아 있으면서도 이들 트리오만의 유니크함을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까 싶다. 이 안에서 드러나는 심미적 긴장은 충분한 설득력을 지닐만하다.
2022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