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ry Christelis & Pedro Velasco - Scribbling (Ubuntu, 2022)
영국에서 활동 중인 두 명의 기타리스트 Harry Christelis와 Pedro Velasco의 듀오 앨범. 런던 출신인 해리는 대학에서 재즈를 전공했고 자신만의 독특한 작법과 연주를 통해 포크, 록, 일렉트로닉 등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포르투갈에서 태어난 페드로는 어린 시절부터 브라질 음악에 영감을 받으며 성장했고 이후 영국으로 이주하면서 재즈와 즉흥 음악에 관심을 기울인 것으로 전해진다. 둘은 이미 각자의 활동 기반에서 작곡과 연주에 재능을 증명하며 나름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이 둘은 2016년 콘서트를 위해 모인 자리에서 처음 만나, 이후 서로의 음악적 접근 방식을 공유하며 그 생각을 발전시킨 것으로 전해진다. 같은 악기와 비슷한 음악적 사고를 바탕으로 하는 이들의 연주가 자칫 일률적인 단순함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예측과는 달리, 이들은 각자의 다양성을 반영하고 서로의 공통 지향을 확장해가며, 두 대의 기타로 연출할 수 있는 다양한 양식의 접근을 이번 앨범에 담아내고 있다. 재즈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그 안에는 록, 포크, 일렉트로닉 등 여러 장르적 요소들을 수용하고 있으며, 악기가 표현할 수 있는 폭넓은 질감을 활용해 풍부한 공간적 이미지를 연출하기도 한다. 다면적인 형상 속에서 각자의 연주를 서로에게 대질시키고 수용하며 진행되는 이들의 연주는 예상외로 다양한 형상을 취하면서도, 무척 명료한 구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신선한 재미를 선사한다. 각자 자신의 개성을 반영한 작곡과 공동의 오리지널 등으로 이루어진 레퍼토리는, 각각의 곡마다 독특한 톤과 질감을 내포하면서 그 분위기 또한 고유한 특징을 지닌다. 또한 형식에서도 듀오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테마에 이어 각자의 임프로바이징을 공유하는 전통적인 방식에서부터, 구성과 진행의 능동성을 확장해 임프로바이징의 모티브를 중심으로 플로우를 이끄는 실험적인 접근에 이르기까지, 그 형상은 개별 곡의 특징에 따르는 모습이다. 이와 같은 다양한 이면을 드러내면서도 듀오는 둘의 공간이 어떤 방식으로 구성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전망을 보여주는데, 이는 단순한 경험치에 의해 우연히 획득된 결과라기보다는 치밀한 전략 속에서 완성된 공유의 흔적임은 분명하다. 하나의 테마를 완성하기 위해 대위적으로 구성된 개별 라인은 물론, 각각의 리버브가 서로에게 작용하는 미묘한 개입까지 공간화하는 모습은 세밀하고 치밀하다. 앨범이 다양한 양식의 공존을 이루면서도 마치 잘 짜인 정교한 트레일러처럼 구절 하나하나에 표현의 집약을 이루며 균일한 색감을 유지하고 있으며, 음악의 성격에 따라 두 악기가 스테레오 이미지 상에서 점유하는 공간적 위상이 다른 모습을 보이는 등의 모습만 보더라도, 듀오가 이루어낸 음악적 합의가 깊은 음악적 성찰과 섬세한 창의를 통해 완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앨범을 통해 이들 듀오가 앞으로 더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가능성도 예견할 수 있기에, 이후에도 작업이 지속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남겨본다.
2022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