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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ythem Mahbouli - Catching Moments in Time (Schole, 2019)

komeda 2019. 6. 6. 16:49

 

캐나다에 거주 중인 튀니지 출신 신예 작곡가 하이템 마볼리의 첫 앨범. Schole 레이블에서 지금까지 발표한 앨범들과 비교해보면 이번 작업은 다소 의외라는 인상을 주는 것도 사실이지만, 지금까지 피아노 연주를 중심에 둔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성과를 선보였다는 측면에서는 분명 수긍할만하다. 하이템의 이번 앨범은 미니멀한 테마를 작곡가 자신이 직접 연주하는 피아노 및 건반과 City of Prague Philharmonic Orchestra의 현악을 이용해 전개하는 곡들로 채워졌다. 현대 작곡의 대중적 특징이 강하며 진행 역시 드라마틱한 효과를 염두에 둔 세밀한 조율이 뛰어나다. 앨범 자체 혹은 하이템의 음악적 지향 자체가 상업적 활용을 염두에 두지 않았더라도, 수록곡들은 광고 음악이 연상되는 미디어적 특징이 강하다. 때문에 미니멀한 진행과 테마는 현악이 중심이 된 오케스트레이션과 조화를 이루며 강한 몰입을 제공한다. 전체적으로는 이미지를 중심으로 한 묘사적 특징이 강하게 드러나지만, 진행 과정에서 여러 요소의 세밀한 조합과 활용을 통해 나름의 내러티브를 구성하기도 한다. 전경을 이루는 테마와 스크린처럼 펼쳐진 오케스트레이션의 대비는 인간의 목소리나 전자 악기의 효과 등의 개입으로 인해 끊임없이 형상을 바꾸고, 때로는 그 자체가 전개의 축으로 작용한다. 미니멀 하지만 역동적이고, 묘사적 특징이 강하지만 동시에 서술적 진행이 공존한다. 막상 여기까지 감상을 적고 보니 Max Richter의 최근 작업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문득 궁금해진다. 레이블에서 말한 'minimalistic theatrical composition'이라는 표현이 변명처럼 들린다. 하지만 젊은 작가가 선보인 첫 작업의 결과물이 뛰어난 완성도를 지녔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 앨범은 하이템의 다음 작업에 딜레마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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