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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gar - Rift (XXIM, 2022)

komeda 2022. 1. 21. 18:43

아이슬란드 멀티 인스트루먼트 뮤지션 Pétur Jónsson과 작곡 및 엔지니어 Bergur Þórisson의 프로젝트 듀오 Hugar의 앨범. 자연환경에서 기원하는 정서적 분위기가 음악에 반영된 예를 종종 볼 수 있는데, 이는 많은 뮤지션들에게서 지역적 특색을 떠올리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아이슬란드의 척박함과 광활함은 뮤지션들에게 차가운 공간감을 상상하게 하는 동시에 따듯한 인간의 감성을 꿈꾸게 하는 커다란 음악적 캔버스가 된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해당 국가 출신의 수많은 뮤지션들과 마찬가지로 휴가르 또한 이와 같은 느낌을 주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휴가르는 10년도 채 되지 않는 활동 경력을 보여주지만, 오늘날 모던 클래시컬 및 앰비언트 계열을 대표하는 많은 뮤지션들과 꾸준한 교류와 협업을 이어오며 나름 중진급 이상의 커리어를 축적해왔다. 베르구르는 트롬본 연주자 및 엔지니어로 Ólafur Arnalds, Víkingur Ólafsson, Dustin O'Halloran, Bjrk 등의 작업에 참여하는 한편, 페투르 또한 10대 시절부터 본격적인 음악 활동을 시작하며 영화 스코어에서도 인상적인 활동을 펼치기도 한다. 지금까지 휴가르의 음악은 모던 클래시컬 및 앰비언트 계열의 스텐스에서 스웰 톤의 기타 사운드를 적극 활용하여 포스트-록적인 분위기를 반영한 이중적이면서도 다층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이번 앨범에서도 이와 같은 휴가르의 기본적인 특징이 유지되는 한편 ‘휴식’, ‘안개’, ‘솔라리스’, ‘가을’ 등과 같은 표제적인 성격과 더불어 명상적인 텍스쳐와 시네마틱 한 분위기가 강조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해서 기존 휴가르의 특징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도 아니며, 어쩌면 우리가 이들 듀오에게서 기대하는 음악적인 특징들은 오히려 더 강하게 부각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피아노 및 키보드를 중심으로 구성되는 코드 진행, 브라스 및 스트링 계열의 사운드를 이용한 사운드 스케이프, 신서사이저와 일렉트로닉을 이용한 스텝 시퀀싱, 간결하면서도 적절한 긴장을 안으로 응집하는 비트 등, 미니멀한 개별 요소들이 조화와 균형 사이의 편차를 발생하며 진행을 이어간다. 이와 같은 구성적 발란스는 그 요소에서뿐만 아니라 사운드 자체의 일렉트로닉과 어쿠스틱의 균형점에 수렴하고 있어, 휴가르 특유의 차분한 긴장을 이어가는 방식으로도 표출되어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전체적으로 균일한 분위기와 질감을 완성하며 듀오 특유의 간결한 음악적 내러티브를 완성한다는 점에서 휴가르 다운 앨범이라 할 수 있다.

 

2022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