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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l Considered - Liminal Space (New Soil, 2021)

komeda 2021. 11. 13. 17:52

영국 재즈 임프로바이징 그룹 Ill Considered의 앨범. 2010년대 중반 쿼텟으로 처음 활동을 시작한 이후 소소한 구성원의 변화를 거치면서 최근 트리오 포맷으로 재편을 이루게 된다. 이번 앨범에는 색소폰/클라리넷 Idris Rahman과 드럼 Emre Ramazanoglu 등 원년 멤버를 포함 최근 새로 합류한 베이스 Liran Donin이 핵심 라인-업을 이루며 플루트 Tamar Osborn, 튜바 Theon Cross, 색소폰 Kaidi Akinnibi 등 10명 가까운 슈퍼 세션들이 게스트 형식으로 다수의 트랙에 참여한다. 이와 같은 그룹 진용의 변화는 IC의 음악에도 일정 부분 미묘한 변화를 암시하는 듯하다. 트리오 포맷을 기본 형식으로 게스트의 참여를 개방하는 방식은 어느 정도 편곡 양식의 보완적 개입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트리오를 기본적인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전략으로 비치기도 하는데, 결과적으로 이러한 IC의 음악적 직관은 성공적이라고 충분히 말할 수 있을 듯싶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자율적인 즉흥에 바탕을 둔 창의적인 집단적 공간 활용이라는 IC의 근본적인 아이덴티티에서 단 한발이라도 물러선 것은 결코 아니며, 오히려 진화한 매스 임프로바이징의 모던한 양식의 완성을 향한 여정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는 확실히 최근에 자주 발매 형식으로 선보인 일련의 미니 앨범 중 트리토 포맷으로 녹음한 The Stroke (2021)와 연관 지어 생각해봐도 흥미로운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해당 EP는 새로운 라인-업의 합을 확인한다는 단순한 목적 외에도 공간 개방을 위한 가능성을 염두에 둔 일종의 내부 결속이라는 인상도 받게 된다. 이번 앨범에서 드러난 개방적 확장은 단순히 여러 포지션의 뮤지션들만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는 점은 몇몇 트랙만 들어봐도 확실히 할 수 있다. 런던의 프리 임프로바이징을 비롯해 아프로비트, 클레즈머, 아방-프로그, 포크, 록 등 즉흥적 모티브를 활용한 재즈의 언어로 수용 가능한 폭넓은 장르적 총체성을 실험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여전히 집단적 환영을 완성하는 사이키델릭 한 표출이나 원시 토템을 중앙에 두고 펼쳐지는 샤머니즘의 제례 의식과도 같은 음악적 판타지를 단 한 순간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점이 놀랍다. 새로운 변화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여전히 IC임을 증명하는 앨범이다.

 

2021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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