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érémy Hababou - Nuances (OutNote, 2018)
프랑스 출신 피아니스트 제레미 아바보의 신보. 전해지는 바에 의하면 제레미는 한참 늦은 나이인 17세 때 피아노에 처음 입문했다고 한다. 올해 20대 후반인 점을 고려한다면 짧은 기간 동안 비약적인 재능의 발전을 이룬 뮤지션의 예라고 할 수 있다. 데뷔작 Run Away (2016)와 마찬가지로 이번 앨범 또한 트리오 포맷에 일부 트랙에서 게스트를 참여시킨 방식으로 녹음이 진행되었다. 전작과 달리 이번 두 번째 앨범은 Chris Jennings (b), Lukmil Perez (ds)로 이루어진 새로운 라인업으로 녹음이 이루어졌고 Stéphane Chausse (cl), Jeremy Bruyère (b Bow)가 게스트로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멤버의 차이보다 더 눈에 띄는 것은 트리오를 구성하는 방식이나 음악적 표현에서 예전과는 다른 모습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전작의 경우 개별 악기들이 지닌 기악적 특징을 최대한 활용한 표현과 기교가 강조된 듯한 인상으로 기억된다. 피아노의 사운드가 다소 부스트 되고 앞으로 배치된 무대를 보여줬고 개별 공간에서의 화려한 개인기가 압도적이던 반면, 이번 앨범은 전작보다 확실히 톤 다운된 상대적인 차분함을 바탕으로 인터플레이 공간의 밀도를 높이는 방식의 진행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스타일 면에서도 기존의 오소독스한 어법 대신 보다 유연해진 표현이 등장하고 있어 새로운 감성을 경험할 수 있는 즐거움도 제공한다. 어쩌면 기존의 음악적 창의를 이번 앨범에서는 완성도를 지닌 형식적 균형 안에서 구현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데, 이는 표현의 개방성을 확장할 수 있는 계기로 이어진다. 유연하고 개방적인 표현은 재즈의 다양한 스타일과 어법을 능동적으로 수용하는 방식으로 드러날 뿐만 아니라, 트리오 포맷을 고착된 형식이 아닌 확장 가능한 플랫폼으로 인식하는 태도로 나타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제레미의 가장 큰 매력은 소리 속에 자신의 심미적 감정을 담아내고 이를 이미지로 형상화하는 능력에 있다. 특히 이번 앨범에서 보여준 감성의 섬세한 조율은 청자와 다양한 주제로 끊임없는 대화를 시도한다. 어느 누가 이 유쾌한 대화를 마다하겠는가.
2018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