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Doursou - Choreographies of Decay (American Dreams, 2022)
프랑스 전자음악가 J.Doursou의 앨범. 2010년대 중후반에 데뷔한 JD는 지금까지 my.head라는 활동명으로 꾸준히 작업을 발표해온 뮤지션으로 영상 미디어 및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앨범은 자신의 이름으로 발매한 첫 번째 작업으로, 기존 my.head에서 활용했던 감각적인 요소들을 배제하는 대신 어쿠스틱과 전자 음향의 앙상블의 균형에 더 많은 초점을 보여주는 듯하다. 물론 어둡고 암울한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을 음악으로 형상화한다는 점에서는 이전의 작업과 일련의 연관성이 존재하기도 한다. JD는 이번 작업 의도에 대해 춤을 위한 무곡의 일부로 상상하며 임했다고 전하고 있는데, 실제로 앨범 공개 이전에 발표한 싱글 “Jonas”의 비디오에서는 현대 무용의 동작과 연관하여 진행되는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앨범을 들어보면 알 수 있듯이 그가 말하는 춤이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플로어나 고전적인 스테이지와는 거리가 있지만, 자유로운 인간의 신체 행위를 규정하는 현대적인 해석에 더 가깝다는 인상을 받게 되는데, 그나마 이 또한 JD 특유의 암울한 실존적 모티브로 인해 그 느낌이 희석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냥 음악 그 자체만으로도 특유의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이 형상화되는 독특한 분위기에 압도되기 때문이다. 일부 필드 리코딩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사운드는 전자 악기를 이용해 완성된 것으로 보이지만, 그 안에는 어쿠스틱의 특성을 반영한 음향과 일렉트로닉 특유의 소리가 대비와 대칭을 이루며 미묘한 앙상블을 이루고 있다. 복합적인 특성을 지닌 다양한 사운드는 비교적 균일한 톤과 텍스쳐에 의해 통합되어 있어, 대칭과 대비가 이루는 균형에 따라 전달되는 암시적인 이미지를 따라가다 보면 나름의 몰입을 제공하는 내러티브로 인해 예상외의 감정적 균열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이야기 전개는 단순히 구성에 따른 진행이라기보다는 다분히 직관적인 능동성과 의도적인 신중함이 결탁해 이루어진 결과처럼 느껴지는데, 이와 같은 대목에서 JD가 언급한 춤을 위한 작업이라는 의도에 일정 부분 수긍하게 되기도 한다. 인간의 신체 활동을 반영한 묘사적 성격과는 거리가 멀지만, 진행 자체가 지닌 유연함과 이를 강하게 규범적 행위로 일체화하려는 목적의식은, 어느 정도 춤 동작을 연상하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다양한 톤과 텍스쳐의 음향을 균일한 공간 속에 통합하고, 이를 통해 이미지너리 한 분위기를 절제 있는 표현으로 완성하고 있는 흥미로운 작업이다.
2022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