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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mes Beckwith - SE10 (Bridge The Gap, 2021)

komeda 2021. 11. 18. 22:12

영국 키보드 연주자 겸 작곡가 James Beckwith의 앨범. 신서사이저, 보코더, 샘플링 등을 재즈에 활용하는 예는 이제 자주 볼 수 있는 작업 방식이라 그 자체만으로는 신선하다는 표현을 쓰기에는 뭔가 어색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활용을 보이는 재즈의 예시에서 사운드나 효과 그 자체가 주는 강한 힘에 의지에 전체적인 음악적 분위기를 압도하는 방식이 흔히 볼 수 있는 경우라면, 제임스는 조금은 다른 접근을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그의 음악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연주 그 자체에 있으며 이를 구성하는 다양한 기악적 요소의 하나로 일렉트로닉과 그 효과를 적극 활용한다. 때문에 그 접근은 마치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연주에서 전자 악기를 활용하는 방식과 닮았다는 인상을 주며, 재즈라는 장르 내에서 독특한 사운드나 효과를 연출하기 위한 활용과는 다른 어프로치를 보여준다. 전작인 Long Distance (2020)에서는 여러 장치들을 응용한 다양한 예를 보여준, 일종의 나열적 선곡이 큰 인상을 차지했다면 이번 작업에서는 자신의 표현을 보다 가다듬고 무엇에 집중하고 어떻게 드러낼 것인가에 신중을 기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번 작업에는 베이스 Joe Downard와 드럼 Harry Pope 등 전작에도 함께한 동료들과의 합을 중심으로 Chelsea Carmichael과 Sam Rapley 등 두 명의 색소폰 연주자를 게스트로 포함하고 있어 전작과 비슷한 구성을 보여주는 듯하지만, 이들 외에도 트럼펫 Sheila Maurice-Grey, 트롬본 Joe Bristow, 플루겔호른 James Copus, 퍼커션 Todd Speakman 등의 풍부한 브라스를 활용한 세션 트랙도 포함되어 있어 새로운 느낌을 더하고 있다. 제임스는 연주에 있어 재즈의 언어와 문법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현대적이면서도 고전적인 표현을 어우르는 폭넓은 표현에서 탄탄한 감각을 충분히 엿볼 수 있을 정도로 완숙한 기량을 선보인다. 이와 대비를 이루는 것이 신서사이저를 이용한 영역으로, 이는 마치 앰비언트 계열의 일렉트로닉의 기본적인 장르적 문법과 표현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다. 이 두 가지 서로 다른 장르적 특성을 제임스는 지휘자처럼 그 영역을 배분하고 조율하여 각기 다른 음악적 뉘앙스를 펼치고 있는데, 앰비언트적인 모던 클래시컬의 특징이 부각된 "Meditation 1-3" 시리즈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연주에서는 두 가지 언어 사이의 균형점을 이동해가며 하나의 곡 안에서도 극적이면서도 다양한 플로우를 선보이는 동시에, 임프로바이징을 위한 공간을 개방해 재즈적인 표현의 핵심을 유지하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Muon Pts. 1 & 2"의 경우 브라스를 총동원해 볼륨감을 지닌 화려한 프레이즈의 앙상블을 선보이면서도 일렉트로닉을 활용한 색다른 배음을 연출해 이번 앨범의 정점을 완성하기도 한다. 서로 대비되는 두 가지 표현을 전혀 이질적인 느낌도 없이 온전하게 하나의 표현으로 통합한 인상적인 앨범이다.

 

2021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