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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mes Heather - Invisible Forces (Ahead Of Our Time, 2022)

komeda 2022. 4. 22. 22:24

영국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James Heather의 앨범. 2010년도 중반 이후 스트리밍 음악 플랫폼을 통해 세상에 이름을 알린 많은 뮤지션들 중 제임스의 존재감은 단연 독보적이다. 공식적인 데뷔 이후 수많은 유명 뮤지션들과의 협연 및 공동 작업은 물론, 연례 Piano Day 공식 플레이리스트에 연이어 곡을 올리는 등, 오늘날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피아니스트 중에서 퍼포먼스는 물론 작곡에서도 눈에 띄는 화려함을 지닌 인물이다. 내성적인 성격이지만 무대를 동경했고, 음악을 위해 런던으로 이주한 이후 심각한 교통사고로 인해 오랜 시간 혼수상태로 지내다 기적적으로 의식이 돌아왔지만, 손가락이 휘어지는 영구적인 장애를 극복한 제임스의 개인적인 스토리는, 복합적인 정서적 긴장을 다루는 듯한 그의 음악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배경이 되기도 한다. 제임스의 연주는 장르적 다면성을 정서적 복합성으로 표출한다는 점을 특징으로 한다. 피아노 솔로의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퍼포먼스임에도 그의 연주는 포스트-록을 연상하게 하는 슈게이즈를 포함하고 있으며, 실내악의 엄밀한 구성을 지닌 고전주의적 양식은 물론 현대의 미니멀리즘과 연관된 집약적인 표현을 내포하고 있다. 이와 같은 다면성은 작곡에 기반하고 있지만, 그의 음악은 연주 과정에서 개입하는 즉흥적 모티브와의 끊임없는 조율을 통해 완성되는 것이 특징인데, 라이브적인 미세 조정을 통해 완성되는 복합성과 유연함은 제임스를 현재의 다른 뮤지션들과 구분하는 결정적인 요인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면모는 공식적인 데뷔 앨범인 Stories From Far Away On Piano (2017)에서도 이미 완성된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지금까지 발매된 몇 편의 EP는 물론, 이번 녹음에서도 보다 깊이 있는 방식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이번 앨범에서 다루고 있는 소재에서는 삶의 결함, 이사, 합병증, 아버지의 뇌종양 등, 최근 자신이 경험한 개인적인 삶의 고통을 다루고 있어, 불가항력에 가까운 ‘보이지 않는 힘’의 의미를 연주로 표출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물론 그의 음악에는 그 힘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하기를 바라는 간절함은 물론, 공감과 용서 그리고 연민을 포함해 평화와 공존에 대한 염원까지 간절함을 담아 표현하고 있다. 이 모든 표현은 깊이 있고, 또한 치열하다. 상반된 다양한 감정과 그 흐름을 마치 자연스러운 그림자의 움직임처럼 낯설지 않게, 그리고 설득력 있는 연주로 담아낸다. 이 모든 것을 오직 피아노 하나로 완성하고 있어 경이로운 앨범이다.

 

2022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