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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ns Fischer - miRatio (Traumton, 2018)

komeda 2018. 6. 21. 12:12


독일 뮤지션 옌스 피셔의 신보. 우리에게는 뉴 에이지 계열의 영화 음악가로 알려지긴 했지만 1970년대 후반부터 이어진 피셔의 음악 세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넓은 영역의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 피셔의 활동을 되돌아보면 다양한 자기 확장의 계기도 존재하며, 작곡가, 프로듀서, 기타리스트로서 다면적인 모습을 보여줬음을 알 수 있다. 이번 앨범은 다방면의 재능을 지닌 피셔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텍스트 중 하나일 것이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피셔는 1970년대 월드 뮤직 장르의 음악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이어가게 되는데, 흔히들 제3세계라는 개념으로 통칭했던 문화적 다양성과 그 역할에 대한 관심을 음악적 실천을 통해 발언하고자 했던 초기 피셔의 작업은 당대의 사회 문화적 조류와 만나 그를 뉴 에이지 뮤지션이라는 한정된 울타리에 가둬버리게 된다. 그에 대한 이러한 제한된 시각은 8, 90년대 여러 밴드나 뮤지션들과의 작업을 통해 보여줬던 피셔의 활동 중에도 계속 이어지게 된다. 하지만 최근 피셔의 활동은 어느 특정 장르적 성격에 한정되지 않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곤 한다. 이번 앨범은 miRatio Room이라고 명명된 실제 공간 모든 면에 멀티미디어 영상을 전사하고 그 안에서 연주를 진행하는 공연을 위해 작곡된 곡들을 담고 있다. 2017년에 처음 선보였던 공연은 64 채널의 음향 시스템을 사용하며 방 안에 전사되고 있는 영상과 어울리도록 거대한 공간 안에서 연주하고 있는 듯한 효과를 연출한 것으로 전해지지만, 앨범에서는 이와 같은 경험하기는 힘들다. 대신 앨범이 전하는 음악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만족감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 일곱 명의 뮤지션들은 현대 실내악에서 록의 분위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음악적 언어와 표현을 바탕으로 훌륭하게 조율된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음악적 다양성은 공간과 시각의 특성을 반영한 결과로 볼 수 있겠지만, 피셔 음악에 존재하는 다면적인 특징이 분화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현대 작곡 분야에서 흥미로운 성과를 담고 있는 작업이며 훌륭한 기악적 완성을 이룬 앨범이다.

2018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