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e Cocker – I Can Stand a Little Rain (A&M, 1974)
요즘 젊은 친구들에게 조 카커가 누구냐고 물어보면 웬 듣보 노땅? 하겠지만, 80년대 더블데크에 스마트 카세트 좀 꽂아본 사람이라면 추억 돋게 만들 이름. 당시 개봉했던 미국 영화 ‘사관과 신사’의 주제곡 “Up Where We Belong”을 제니퍼 원스와 듀엣으로 부른 이후, 아시아 극동에 위치한 반도의 반쪽 땅에 있는 모든 레코드 가게에서 이 노래가 흘러나왔다. 여기에 그의 지난 곡들을 발굴해 소개하는 시도도 있었으니, 당시 저녁 8~10시 담당자 황인용 아저씨가 자주 틀어줬던 “You Are So Beautiful”이 대표적인 예. 바로 그 곡이 수록된 앨범. 영국의 술집 밴드의 보컬이었던 카커는 1969년 우드스탁을 계기로 유명해졌고, 이후 미국에서 발매한 앨범들마다 탑10에 진입하는 등의 성공을 거둔다. 알콜과의 인연으로 잠시 주춤하나 싶었던 그가 다시 음악을 하게 된 계가를 마련한 것이 이 앨범이다. 자신의 지난 생활을 반성하기라도 하듯, 이 앨범에 수록된 마지막 곡이 “Guilty”다. 싱어송 라이터이긴 하지만 공교롭게도 그를 기억하게 만드는 대표곡들 중 상당 수가 다른 가수의 곡을 커버한 곡들이다(미국에 그의 이름을 처음 알리게 된 곡 역시 비틀즈의 “A Little Help from My Friends”). 이 앨범의 거의 전곡이 커버곡들인데, 카커 특유의 소울과 보이스 칼라는 원곡들을 훌륭하게 소화시키는 효소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제는 재즈 뮤지션들도 자주 연주하고 부르는 “The Moon Is a Harsh Mistress”를 보더라도 오리지널인 지미 웹의 것과 거의 동일한 반주를 깔았지만 곡의 느낌 자체는 전혀 다르다. 사운드에도 시대정신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얇고 가늘게 튜닝된 피아노, 이에 비해 살짝 부스트 된 듯한 베이스와 드럼, 뭉실뭉실하게 끝이 말려 들어가는 기타, 하이 피치 톤의 여성 코러스 등등 당시를 떠올리게 하는 음악적 요소들도 그대로다. 녹음과 마스터링 기술의 발전으로 피아노 하나에서도 다양한 색이 표현 가능한 최근의 녹음들과 비교해본다면, 이 앨범에서 들려주는 소리들은 1차 가공된, 거의 날 것에 가깝다. 소리는 조금 촌스럽기도 하지만 음악이라는 느낌은 생생하다. 쌈을 벗은 고기에서 느껴지는 생고기의 맛.
2014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