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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Lemke - Thawlines (Denovali, 2022)

komeda 2022. 5. 28. 20:28

영국에서 활동 중인 독일 음악가 John Lemke의 앨범. 2000년대 말 영화 및 다큐멘터리 분야에서 사운드 디자이너로 활동을 시작했고 꾸준히 관련 음악을 통해 기여하기도 했으며, 현재까지 여러 TV 시리즈에서 작곡가로 크레디트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다양한 미디어를 넘나들며 축적된 음향과 음악과 관련한 풍부한 경험은 존의 개인 작업에도 반영되는데, Denovali 레이블을 통해 선보인 People Do (2013) 및 Nomad Frequencies (2015)와 같은 정규 작업에서는 흔히들 일렉트로-어쿠스틱 계열로 통칭되는 일련의 경향적 특징을 보여주게 된다. 통상적인 영화적 서술 대신 묘사적인 특징과 감각적인 표현을 적절히 활용해 공간적 분위기나 밀도를 지속하면서도 개별 곡 자체의 음악적 내러티브를 완성하는 인상적인 연주를 들려주게 된다. 각각의 곡들은 다양한 요소로 이루어진 음향의 총합을 이루면서도, 개별 트랙의 인상이나 분위기를 결정짓는 상징적인 사운드를 통해 플로우를 완성하는 등, 미디어 관련 작업에서 축적된 경험을 다양한 방식의 조합과 접근으로 통합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반면 7년 만에 선보인 이번 정규 앨범에서는 기존 개인 작업에서 보여준 것과는 다른 음악적 결을 담고 있어 무척 흥미롭다는 인상을 준다. 가장 크게 눈에 띄는 변화는 사운드다. 일렉트로닉에 기반을 두고 완성된 기존 작업과 달리 이번 앨범에서는 다양한 어쿠스틱 사운드의 풍부한 텍스쳐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실제로 첼로 Pete Harvey, 드럼 Clive Deamer, 하프 Urška Preis 등의 연주자가 참여해 함께 녹음을 완성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변화가 이번 앨범에만 해당하는 것인지, 아니면 Big Ambitions (2018)와 같은 OST에서 보여준 연주 악기 중심의 구성의 예와 같은 미디어 관련 작업을 통해 이루어진 결과인지 여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이번 녹음이 다분히 밴드적인 특징을 보여준다는 점은 확실한 차별점임은 분명하다. 멜로트론, 신서사이저, 기타, 보이스를 비롯해 여러 연주자들로 이루어진 밴드적인 구성으로 완성된 연주이면서도, 그 내용에서는 민속, 클래식, 록, 일렉트로닉 등이 결합을 이루는 독특한 앙상블의 총합을 이룬다. 그 분위기에서도 마치 차가우면서도 어두운 독특한 누아르를 연상하게 하는가 하면, 때로는 에소테릭 한 신비감을 떠올리게 하는 등, 각각의 트랙마다 고유한 인상을 강하게 드러내는 연주들로 채워져 있다. 존에 의하면 이번 앨범은 10여 년 전 첫 북극권 방문과 이후의 경험을 수년 동안 구체화하여 음악으로 현실화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단순한 회고적인 기억이 아닌 묘사와 정서가 복합적인 연관을 이루며 전혀 다른 방식의 표현으로 드러나는 듯한 긴장과 신비를 지니고 있어 무척 신선한 음악적 표출을 이루고 있다. 마치 오래전 기억과 연관된 현실의 수많은 경험이 중첩을 이루어 더욱 미묘해진 감정이 극적인 형식으로 드러난 듯한 모습처럼 보이기도 하여, 그 자체로 하나의 고유한 음악적 내러티브를 완성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다양한 텍스쳐의 사운드를 밀도 있게 응집하며 인상적인 총합을 이루는 방식은 물론, 이야기의 전개에서 보여주는 풍부한 상상력이 녹아들어 있는 앨범이다.

 

2022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