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anjo Javierre - Armugán (Plaza Mayor Company, 2021)
스페인 작곡가 겸 프로듀서 Juanjo Javierre의 OST 앨범. 후안호의 이번 작업은 Jo Sol 감독의 영화 Armugán (2020)에 삽입된 곡들로, 영화는 안첼의 등에 업혀 계곡을 오고 가며 비밀스럽고 끔찍한 직업에 전념하는 주인공 아르무간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와 같은 담담한 시선으로 그리고 있다. 존엄한 죽음과 삶의 윤리학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는 만큼 영화의 음악 또한 그 주제에 알맞은 텍스쳐를 지니고 있으며, 여기에 그림 같은 경관과 그 속에 존재하는 인간의 심리에 대한 묘사까지 동시에 간직하고 있다. 영화에 삽입되는 음악의 경우 요소적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 OST의 경우 하나의 완결적인 내러티브를 구성하며 그 자체로 독립적인 작업의 가치를 보여주기도 한다. VST 혹은 전자 악기를 주로 이용해 작업을 완성하고 있으면서도 아날로그 사운드의 텍스쳐를 적극 수용하고 있어 영화의 모노톤과 일체감을 느끼게 해 준다. 특히 리드 계열의 사운드를 활용해 민속적인 분위기와 더불어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그 주변 공간을 채우는 다양한 악기의 음향들은 이를 잠식하는 듯한 무거운 공기를 만들어 전체적인 분위기는 더욱 엄중하게 느껴진다. 다양한 사운드의 배음과 레이어링을 통해 공간을 충분히 활용하여 그 분위기를 강화하는데, 대칭적인 음향의 콘트라스트는 영화 속 삶과 죽음의 대비는 물론 때로는 두 등장인물의 관계를 묘사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이처럼 음악은 심리적 긴장과 갈등을 묘사하는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그 배경까지 담아내는 세밀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때문에 이번 작업을 독립된 앨범으로 본다면 다크 앰비언트 계열의 경향적 특징을 엿볼 수 있을 정도로 무거운 위엄과 밀도 있는 숙연함이 강하게 지배한다. 영화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니 앨범 역시 일련의 내러티브를 구성하지만 그 흐름의 강박감이 느껴지지 않는 자연스러움은 인상적이다. 음악 그 자체로 감상하기에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앨범이다.
2021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