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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ia Gjertsen - Formations (Moderna, 2022)

komeda 2022. 1. 28. 18:21

Julia Gjertsen, Moderna,

노르웨이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Julia Gjertsen의 앨범. 줄리아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경향성을 보여주면서도, 오늘날의 다른 뮤지션들과의 차이를 명확히 드러내는 지점이 크게 부각되지 않았던 점에 비해, 작년 한 해 그녀가 선보인 일련의 싱글이나 협업 작업에서는 서서히 자신만의 특징들을 대중에게 각인시키게 된다. 특히 그녀의 공동 작업 중 올 초에 선보인 Nico Rosenberg와의 협업 Paisajes Imaginarios (2022)의 경우 줄리아의 음악이 다른 음악적 콘텍스트 속에서 어떤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를 흥미롭게 보여준 예라고 할 수 있다. 어쩌면 이번 앨범은 이와 같은 줄리아의 최근 변화를 종합하는 결산이자 결과가 아닐까 싶다. 피아노 혹은 키보드를 바탕으로 하는 줄리아 음악의 기본적인 특징이 변한 것은 아니다. 대신 기본적인 사운드를 미세하게 튜닝하여 여러 톤과 질감을 지닌 음색들로 세분화하고 이를 중첩해 공간적 하모니를 완성한다는 점은 가장 눈에 띄는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때로는 멜로트론과 유사한 사운드에 좌우 패닝까지 더해 그 효과까지 재현하기도 하는데, 진행에 따라 좌우의 서로 다른 두 개의 라인이 서서히 대비를 이루며 분할되는 듯한 모습은 색다른 연출처럼 느껴진다. 기본적으로는 펠트 한 느낌의 업라이트 사운드지만 서로 다른 톤을 지닌 피아노 계열의 소리를 중첩해 마치 여러 색상의 불빛들이 점멸하는 듯한 시각적 묘사를 펼치기도 한다. 전체적으로는 키보드나 건반의 사운드가 중심을 이루고 있지만, 그 주변에 현악 계열의 음향이나 텍스쳐 노이즈 혹은 샘플링된 필드 리코딩 등을 배열해 공간적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는 마치 칼레이도스코프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듯한 모습을 연상하게 하는가 하면, 때로는 미세 세계에서 펼쳐지는 분자의 끊임없는 진동을 전자현미경으로 포착한 듯한 모습이 떠오르는 등, 다분히 시각적인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것이 앨범의 주요 특징 중 하나일 것이다. 이처럼 미세한 사운드들의 변화무쌍한 모습의 진행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과감함이나 자극적인 급진은 최소화된, 일정한 경계 내에서의 조밀한 움직임처럼 이어지고 있어 드라마틱함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음악적 플로우가 보여주는 진행 그 자체는 점진적인 변화는 물론 예상하지 못한 반전들을 요소로 하고 있어 절대 단순하다는 인상과는 거리가 멀다. 아르페지에이터로 연출된 반복된 라인조차 벨로시티는 물론 그 텍스쳐도 진행 과정에서 변화를 보여주는 등 그 움직임은 무척 섬세하고 때로는 시적이기까지 하다. 정중동의 긴장이 끊임없이 지속하는 일련의 흐름을 보여주는 매력적인 앨범이다.

 

2022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