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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in Wright - A Really Good Spot (First Terrace, 2022)

komeda 2022. 7. 11. 23:39

캐나다 첼리스트 겸 작곡가 Justin Wright의 앨범. 저스틴은 분자생물학을 전공한 연구원 출신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2010년대 중반 음악계에 데뷔한 이후 몬트리올 현지의 여러 음악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혁신적인 첼리스트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고 한다. 여러 개의 단편적인 싱글과 미니 앨범을 발표한 이후 첫 공식 풀타임 리코딩으로 기록되는 Music for Staying Warm (2019)에서는 작곡과 연주는 물론 녹음 과정까지 통합적으로 사고하는 음악적 과감함을 보여주면서, 개별 스트링의 복합적인 배열을 통해 친숙하면서도 모호한 새로운 창의적 표현을 선보이기도 한다. 특히 해당 앨범에 수록된 네 편의 “Drone” 시리즈는 다층의 선형적인 레가토의 중첩이 이루는 심미적인 몽환을 연출하고 있어, 오늘날의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작업에서 저스틴이 지닌 유니크 함을 엿볼 수 있는 좋은 텍스트이기도 하다. 지금까지는 주로 다층의 스트링 배열을 통해 자신의 작업을 완성했다면 이번 앨범은 보다 복합적인 요소들을 중첩하고 있어, 이전과는 다른 뉘앙스의 곡들을 들려주고 있다. 물론 여전히 스트링이 곡의 구성에서 중심적인 요소로 활용되고 있지만, 신서사이저를 비롯해 테이프 루프와 여러 다양한 상황에서 채집한 필드 리코딩을 포함하고 있어, 기존 작업에서 보여준 고전미와는 다른, 진화한 구성적 감각과 접근 방식을 보여준다. 특히 스트링의 경우에도 즉흥적인 모티브에 의해 연속되는 일련의 플로우를 즉자적인 방식으로 포착하고 있어, 그 자체의 질감이 전하는 생생함은 눈에 띄기도 한다. 미세한 엔벌로프의 변형보다는 사운드 그 자체의 고유한 톤과 텍스쳐를 스트레이트 하게 전개함으로써, 각각의 소스들이 지닌 다양한 캐릭터의 대질을 통해 극적인 대비와 전환을 이루는 방식을 보여주기도 한다. 개별 사운드의 요소들이 특징이 비교적 선명하게 존재감을 부각하고 있어 전체적으로 터프하다는 인상을 주기도 하지만, 이를 레이어링 하는 구성 방식에서는 나름의 치밀함을 보여주고 있다. 현악기의 즉흥적인 모티브의 능동성을 활용한 곡에서도 대위적 연관과 불협의 관계를 고려한 정교함은 물론, Thanya Iyer 허밍이나 John Guliak의 내레이션이 들려주는 리듬과 호흡에 맞춰 기악적 편성을 완성한 세밀함에서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또한 여러 상황에서 채집한 필드 리코딩이 중첩을 이루는 과정에서도 서로 다른 공간적 위상 속에 배열함으로써, 마치 현실과 가상 혹은 상상의 경계를 모호하게 연출하여 독특한 음악적 경험을 제공하는 등, 진행 자체에서 보여주는 극적인 몰입보다는 모든 순간을 완성하는 감각적인 디테일이 깊은 인상을 남기기도 한다. 이는 필드 리코딩뿐만 아니라 신서사이저의 아르페지에이터나 일련의 신퀀싱을 레이어링 하거나 루프를 활용한 트랙에서도 흥미롭게 드러나는데, 여러 소스와 개별 라인이 서로 일정한 거리를 두는 듯한 공간적 배열을 이루면서도, 연속적 흐름 속에서 일련의 연관성을 지속하며 끊임없이 상호 의존적 표현을 이어가는 모습은, 마치 가우디의 아키텍처의 구성을 연상하게 하는 독특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고전적인 혹은 정형화된 형식적 구성에서 벗어나 있지만, 그 자체가 하나의 온전한 구조로 체계화되어 있다는 인상을 주며, 서로 이질적인 공간들을 대질하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생경함 이면에는 인과적인 응집력과 밀도를 체감할 수 있어 독특하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낯설지만 묘한 안도감을 전달하고 있으며, 비장하지만 활기로 가득한, 매력적인 앨범이다.

 

2022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