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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enan Meyer - The Alchemy of Living (BandaBanda Agency, 2021)

komeda 2021. 6. 28. 19:17

남아프리카 재즈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Keenan Meyer의 앨범. 남아공과 재즈라고 하면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조합이지만 Abdullah Ibrahim과 같은 레전드의 이름을 기억한다면 그리 생경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클래식에 기반한 훈련을 해왔던 키넌은 압둘라가 추구했던 음악은 물론 노장의 음악적 실천과 관련해서도 일정한 연관성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키넌은 남아프리카 인종 차별 정책에서 음악의 역할을 조사한 논문을 발표한 학자로도 알려졌다. 이번 데뷔 앨범은 키넌의 사회적 의식과 음악적 관심사를 폭넓게 반영한 것으로 전해진다. 앨범 전체는 서구적인 음악적 언어와 문법을 따르고 있어 남아프리카 특유의 민속적 특징을 전면적으로 반영한 작업과는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다. 일정 부분 그의 선배 압둘라가 선보였던 진지한 서정적 표현들에 주목하여 이를 자신의 방식으로 확장한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전체적으로 무척 편안한 접근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은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다. 화려한 꾸밈보다는 단정하면서도 명료한 표현에 중점을 두고 있어 그의 음악은 더욱 큰 설득력이 있게 된다. 기본 주법에서는 재즈적인 기교들을 적절히 활용하면서도 코드 진행이나 구성에서는 고전적인 양식을 연상하게 하는 요소들을 바탕에 두고 있어, 듣기에 따라서는 8, 90년대에 유행했던 일련의 다양한 스타일이 떠오르기도 한다. 전체적으로는 차분한 자기 스타일을 이어가고 있어 키넌의 음악적 취향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게 해주는 동시에 솔로 연주에서부터 보컬을 포함 여러 뮤지션들과의 연주를 들려주고 다채로움도 함께 보여주는 것이 이 앨범의 큰 매력 중 하나일 것이다. 다분히 오디너리 하다는 인상을 주면서도 그 이면에 우리가 한참을 잊고 있었던 지난 시절의 기분 좋은 기억들을 떠올리게 해주는 마법 같은 시간을 선물해주는 앨범이다.

 

2021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