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nneth James Gibson - Groundskeeping (Meadows Heavy, 2022)
미국에서 활동 중인 캐나다 출신 작곡가 겸 프로듀서 Kenneth James Gibson의 앨범. 1990년대 초에 데뷔한 KJG는 지금까지 다양한 음악 프로젝트를 주도하며 다양한 음악적인 양식들을 선보인 뮤지션이다. 노이즈 록 밴드 Furry Things를 시작으로, Bell Gardens, Eight Frozen Modules, [a]pendics.shuffle, dubLoner, Reverse Commuter 등과 같은 프로젝트를 통해 각기 다른 음악적 스타일을 포괄하는 폭넓은 스펙트럼을 선보이는 동시에 여러 뮤지션들과의 협업도 다수 존재하며, TV나 영화와 같은 분야에도 인상적인 기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우스, 덥, 테크노, 사이키델릭, 체임버 팝 등에 이르는 폭넓은 표현은 KJG의 음악이 지닌 다면성을 드러내기도 하며, 때로는 장르적 경계가 지닌 모호성이나 그 빈틈을 보여주는 듯한 실험적인 모습으로 비치기도 한다. 사실상 그의 음악적 전략이 무엇인지 통찰하기 어려울 만큼 각각의 작업마다 고유한 개별적 특징이 강하게 부각되기도 하며, 이를 단순히 특정한 장르로 규정하는 것조차 힘들 만큼 다면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KJG 자신의 이름으로 발매한 타이틀 또한 마찬가지다. 2010년대 초만 해도 비트 시퀀싱을 활용해 당시 진행 중이던 프로젝트들과의 일정한 연관성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비교적 최근에는 연주 악기들의 기악적 텍스쳐와 특성을 반영한 실험적인 은은한 주변의 경향성을 일렉트로닉의 표현에 포괄하는 듯한 다면적인 음악을 선보이게 된다. In The Fields Of Nothing (2018)과 The Evening Falls (2018) 등 Kompakt를 통해 선보인 일련의 작업에서 드러난 특징들은 이번 앨범에서 더욱 밀도 있는 형식으로 재현되고 있어, 이는 마치 KJG의 타이틀에 고유한 유형적 양식의 완성을 염두에 둔 듯한 느낌도 갖게 된다. 이번 작업에서도 첼로, 바이올린, 페달 스틸, 보이스 등 여러 연주 악기의 텍스쳐와 표현을 활용해 독특한 앰비언스를 완성한다. 이와 같은 악기들은 고유한 톤 사운드와 기악적 특징을 통해 표현되기도 하지만, 신서사이저에 의해 직조된 사운드 웨이브 속에서 마치 모듈러의 패치에 의해 완성된 듯한 폴리포닉 한 배음을 들려주기도 한다. 이처럼 개별 사운드가 서로에게 잘 밀착한 채 드러나도록 작곡을 통해 공간을 정교하게 배열하고 있어, 단순한 레이어의 중첩으로 이루어진 진행에서조차 음악은 강한 밀도를 보여주고 있으며, 이는 개별 곡은 물론 앨범 전체의 분위기에도 상당한 영향을 주게 된다. 앨범의 독특한 앰비언스는 다분히 몽환적이지만, 이는 모호함과는 정반대로 심리적 혹은 정신적 각성을 다루는 듯한 방식으로 표현되고 있어 오히려 명료한 인상을 준다. 공포와 신비, 불안과 호기심, 감정의 동요와 냉철한 관조 등의 대비적인 긴장이 절묘한 균형을 이루고 있어, 마치 적절한 거리에서 분석적인 감상을 요구하는 듯한 태도로 전달되는 음악은 시크하기까지 하다. 여전히 장르적인 다면성이 드러나는 이번 앨범은 KJG 자체가 하나의 유니크 한 음악적 양식임을 증명하는 듯하다.
2022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