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Tae Seong & Choe Jeong In - Juvenile Justice (Netflix, 2022)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심판’의 OST. 만 18세 미만의 미성년자가 연루된 사건을 다루는 소년법원을 배경으로 하는 이 시리즈는 실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났던 여러 일들을 모티브로 하고 있는데, 단순한 기사 몇 줄을 접하며 분노로 감정을 해소했던 현실과 달리, 극 중에서는 그 이면에 숨겨진 근원적인 문제에 다가서서 시청자에게 문제를 제기하고 있기 때문에 감정을 소모하며 봐야 하는 무거움이 존재한다. 특히 극 중에 나오는 나이 또래의 미성년 자녀가 있는 입장에서는 단순한 드라마로 편하게 보기 어려운 데다, 미성년자 사건을 바라보는 극 중 인물의 여러 어른의 시각이 대립을 이루고 있어 쉽게 판단에 도달하기 어렵게 만드는 막막함도 경험해야 한다. 드라마의 가장 큰 미덕은 미성년자 사건에 대해 온정주의적인 태도나 원리원칙에 따른 법정주의, 그 어느 한 편에 치우치지 않고 법이나 법적 판결이 지닌 한계나 청소년 지원과 관련한 열악한 현실 등을 포함한 여러 문제를 포괄적으로 생각하도록 제안하고 있어, 무거운 주제에 대해 나름의 균형점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법을 다루는 입장에서 이 시리즈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아이를 키우고 주변 여러 청소년을 바라보는 일반 시민의 관점에서는 의미 있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드라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음악은 여러 굵직한 드라마에서 스코어를 담당했던 김태성과 최정인이 맡았고, 오프닝이나 일부 테마곡에 Safira. K와 INNI가 참여하고 있다. 사건과 이를 둘러싼 여러 인물들의 다양한 입장 및 감정 대립을 다루는 극의 흐름에 맞춰, 음악은 이 모든 상황을 포괄적으로 설명하고 표현하는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비극적인 사건에 직접 개입하는가 하면, 격해진 감정과 그 이면을 고스란히 드러내기도 하고, 서로 대립하는 상황이나 의견 사이에 존재하는 긴장조차 그대로 마주하게 한다. 이처럼 음악은 극 중 사건과 감정을 포괄하는 넓은 스펙트럼에 개입하는 만큼, 그 표현 역시 다양한 양식으로 표출되는데,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경향적 특징에서부터 일렉트로닉과 앰비언트, 그리고 포스트-록이나 슈게이즈에 이르는 다양한 표현을 활용하고 있다. 솔로 라인이 중심을 이루는 소규모 편성의 곡에서 오케스트레이션을 연상하게 하는 볼륨감 있는 편곡은 물론, 스텝 시퀀싱을 이용한 긴장된 표현과 사운스 스케이프를 이용한 서사 혹은 서정에 이르기까지, 앨범에 수록된 곡들은 다양함으로 가득하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이와 같은 다양한 장르적 양식 속에서도 모든 것들이 균일한 공간감을 떠올리게 하는 일관된 음악적 밀도를 보여준다는 사실이다. 각각의 곡이 담아야 하는 상황과 정서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극 속에서 음악이 담당하는 역할과 그 무게의 균형점에 근접해있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었던 일체감이 아닐까 싶다. 덕분에 음악 그 자체만으로도 깊은 울림을 경험할 수 있다. 드라마를 완주한 뒤라면 그 깊이는 분명 더할 것이다.
2022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