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istiansen // Vemøy - Hymns of Longing (Kirkelig Kulturverksted, 2022)
노르웨이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Øyvind Kristiansen와 트럼펫 연주자 Jonas Kilmork Vemøy의 듀오 프로젝트 Kristiansen // Vemøy의 앨범. KKV 레이블에서 발매되었고 작곡가 외이빈이 참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앨범이 다루는 소재가 교회 음악과 관련 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다만 독특한 점은 롱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외이빈이 듀오를 결성했고 그 파트너가 요나스라는 점은 조금 의외이긴 했지만, 잠시 생각해보면 이만큼 안정적인 조합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요나스가 Maridalen 트리오에서 보여준, 공허한 공간을 정성스럽게 채워가는 프레이즈를 떠올려 본다면 그의 연주가 다분히 사색적 내면의 일부를 다룬다는 점을 쉽게 짐작할 수 있고, 그런 점에서 이러한 같은 그의 모습을 이번 앨범이 다루는 종교적 테마와 관련짓기란 그리 어려워 보이지는 않는다. 이번 앨범은 K//V 듀오가 기획한 총 3부작의 Hymns 시리즈 중 Hymns of Compassion (2021)에 이은 두 번째 작품으로, 전체적으로는 전편과 비슷한 음악적 구성과 형식을 보여준다. 외이빈이 이미 다른 작업을 통해 현대적인 시대상을 반영한 미사곡 모음이나 성가를 선보이면서, 중세적 근엄함이 의미하는 종교적 엄숙을 새롭게 재구성한 경험이 있는데, 이번 앨범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이루어진 작업으로 봐도 무방하다. 신의 근엄함과 신비감을 묘사하기 위해 대위와 화성을 이용해 연출된 소리를, 외이빈은 현대적인 전자 악기의 사운드와 효과를 통해 재현하고, 이를 현대 음악 혹은 현대 작곡의 관점에서 재해석한 현대적인 양식의 종교 음악을 제안한다. 이를 위해 외이빈은 신의 관점에서 종교 음악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입장에서 신을 찾게 되는 동기에 주목하는 듯한데, ‘연민', ‘측은지심', ‘동경', ‘소망' 등과 같은 매개적 개념에 주목해 자신의 작업을 전개한다. 종교 음악에 대한 새로운 해석은 기존 질서뿐만 아니라, 역사를 통해 완성된 신의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새로운 시각이 없다면 앨범에서 보여준 음악적 시도 역시 힘들다는 것을 짐작하게 된다. 외이빈이 주목하는 것은 현재성이며, 그 표현 또한 오늘 우리 시대에 보편적인 음악적 양식에서 찾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샘플링된 기존의 종교 음악은 레이어링 된 새로운 텍스쳐의 사운드와 대위적인 관계를 이루면서 현재성을 복원하게 되고, 인간 내면의 종교적 요구는 임프로바이징의 형식을 빌린 음악적 고해로 표현된다. 물론 여기에는 신과 인간의 관계의 절대성을 강조하기라도 하듯, 각각의 악기와 사운드가 자리해야 하는 위상은 물론 그 역할은 엄밀한 구성 양식 속에서 제한된다. 이와 같은 작업을 왜 듀엣으로 진행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신을 대하며 인간이 경험하는 다양한 사고와 감정을 요나스의 사색적이고 진솔한 프레이즈만큼 잘 표현할 방법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면 쉽게 해답에 이른다. 종교 음악이라는 시선을 뒤로하고 현대 음악의 일부로 감상해도 흥미로운 앨범이다.
20220406
related with Jonas Kilmork Vemøy (as Maridalen)
- Maridalen - Maridalen (Jazzland,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