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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stoffer Eikrem & Bendik Baksaas - Duets (Mutual Intentions, 2018)

komeda 2018. 6. 20. 13:11


노르웨이의 트럼펫 연주자 크리스토퍼 에이크렘과 DJ 겸 전자음악가 벤디크 박사스의 듀엣 신보. 이번 앨범은 2015년부터 이어진 두 뮤지션의 협업 과정의 결과를 담고 있다. 앨범에 수록된 트랙 중 일부는 이미 2~3년 전에 싱글 음원으로 공개되었고, 공연에서 연주했던 레퍼토리도 다수 포함되었다. 재즈와 일렉트로닉의 접합이라는 사례는 이미 수없이 많기 때문에 단순히 장르 간 결합이라는 형식적 측면에서 이 앨범을 관찰한다면 사실 그리 많은 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결합을 가능하게 했던 방법에 주목한다면 이 둘의 작업이 나름 흥미로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점을 쉽게 수긍하게 된다. 이는 이번 앨범을 재즈의 관점에서 볼 것인지, 아니면 앰비언트나 전자음악의 측면에서 감상할 것인지에 대한 이중적 태도를 우회하는 과정일 수도 있다. 이번 앨범이 지금까지의 다른 사례와 비교해도 독창적인 면이 주목받을 수 있었던 이유 중에는, 두 뮤지션이 상대의 음악에 대해 깊은 이해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한 절충적 혹은 흡수 통합적 태도라기보다는 상대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의 언어와 표현을 구사할 적극적 계기를 충돌 없이 드러낼 수 있는 방식을 찾아간다는 점에서 기존 접합의 예와 다른 접근을 보여주고 있다. 박사스는 믹싱과 구성의 섬세함을 바탕으로 에이크렘의 공간에 타악이나 현악의 사운드를 흉내 낸 리듬으로 개입하는가 하면, 트럼펫은 집약적인 미니멀한 임프로바이징의 모멘텀을 이어가면서 전자 장비 효과를 활용해 자신의 독자적인 사운드 스케이프를 펼치기도 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와 같은 자기 확장적 표현들이 균형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유기적인 조화를 이룬다는 점이다. 음악 그 자체는 개별 표현의 장르적 특징을 넘어섰다고 해도 무방하며, 각자 자신을 드러내면서도 조합 속에서는 스스로가 지워지는 흥미로운 작업이다. 춘향가 한 대목이 신기루처럼 등장하는가 하면, 한국말로 이어지는 대화의 필드 리코딩도 활용되고 있다. 국내 청자를 위한 이러한 배려(?)가 아니라도 충분히 귀 기울여 볼만한 앨범이다.


2018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