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uba Kapsa - Supersonic Moth (Denovali, 2019)
폴란드의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쿠바 캅사의 신보. 데뷔 이후 지금까지 캅사의 음악 여정을 살펴보면 이번 앨범이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2000년대 중반부터 2010년 초까지 Contemporary Noise라는 이름의 4~6인조 재즈 밴드의 중심에서 아방가르드 계열의 실험적인 임프로바이징을 선보였고, 최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영화와 연극 음악에 몰두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딴 앙상블을 조직해 실내악의 규범 속에서 현대 작곡의 흐름에 자신을 올려놓기도 했다. 지금까지의 집단 창작 혹은 협업의 성과와는 달리 이번 앨범은 솔로 작업이라는 점에서 기존과 큰 형식적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큰 틀에서는 Denovali에서 발매한 두 장의 앙상블 앨범과 유사한 장르적 특징을 띄고 있지만, 현악에 기반을 둔 실내악 편성의 자리에 전자 악기가 자리하고 그 효과에서 서로 다른 음악적 지향이 뚜렷하다는 점에서 이번 작업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캅사의 새로운 시도처럼 보인다. 물론 큰 틀에서 보면 레이블의 두 전작과 이번 앨범은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특징에 기반하고 있으면서 그 중심 역할에 피아노가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때문에 기존 현악을 이용해 음악의 형식적 완성에 집중했던 모습을 전자 악기와 그 효과를 통해 내면을 구체화하는 방식으로 변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효과에서는 전혀 다른 음악적 콘텐츠로 다가오게 된다. 연주에서도 일정 부분 즉흥 공간을 개방하는가 하면 전자 악기의 드론 이펙트 혹은 사운드 스케이프를 전개함으로써 보다 사적인 영역에서 음악적 표현을 완성하고 있다. 묘사적 특징보다 진행과 전개에서 서술적 성격을 부각함으로써 캅사의 진지한 이야기를 음악의 언어로 표현한 듯한 느낌을 준다. 모노톤의 스크린에 몰입을 강요하지 않는, 낯설지만 흥미로운 영화 같은 앨범이다.
2019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