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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on den Engelsen - Home (piano and coffee, 2022)

komeda 2022. 5. 22. 21:15

스웨덴에서 활동 중인 네덜란드 출신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Leon den Engelsen의 앨범. 레온은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를 공부했고 10대에 자신의 밴드를 결성하는가 하면, 일찍이 키보드 연주자로 여러 유명 뮤지션들의 투어 밴드 멤버로 활동한 것으로 전해진다. 2010년대 초 음악원 졸업 후 미국으로 건너가 재즈를 공부했고 최근에는 스웨덴으로 이주해 자신의 스튜디오 NordiQsound를 만들면서 본격적으로 개인 작업을 선보이기 시작한다. 지금까지는 미니 앨범 형식이었던 발매작들에 비해 이번 작품은 첫 풀타임 리코딩으로 완성되었으며, 거의 대부분을 피아노를 이용한 연주로 이루어졌다. 기존 작업에서 신서사이저와 일렉트로닉을 이용해 감각적인 구성을 선보였던 것을, 다음번에는 그 형식을 단순화하여 앰비언트적은 사운드스케이프만을 남겨놓았고, 이번에는 피아노에 의지한 연주를 선보이고 있어, 사운드의 요소를 차츰 축약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어떻게 보면 음악의 구성을 명료하고 단출하게 집약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자신의 다양한 표현 양식을 선보인다고 볼 수도 있으며, 음악적 콘셉트에 알맞은 형식을 완성하는 그만의 방식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기도 하다. 레온 스스로 밝히기로는 이번 앨범은 즉흥적인 피아노에 대한 열망에 기반을 두고 제작되었다고 하는데, 자신과 악기는 물론 주변 환경과의 반응을 반영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름다운 자연경관에 둘러싸인 스튜디오 환경을 보면 자연스럽게 이번 앨범에 대한 이미지를 유추할 수 있는데, 그렇다고 앨범은 피아노의 구성만을 이용하는, 우리가 흔히 연상하게 되는 단순성에만 기반하고 있지 않다. 기존에 선보인 다양성을 하나의 악기로 집약한 듯한 인상을 주는가 하면, 트랙에 따라서는 섬세한 일렉트로닉과 필드 리코딩을 이용해 디테일을 완성하는 유연성을 담고 있기도 하다. 단순한 악기 구성의 제한을, 레온은 섬세한 사운드의 튜닝과 연출을 통해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개별 곡에 풍부한 뉘앙스를 담아내면서 동시에 앨범 전체를 이미지너리 한 상상력으로 채우고 있다. 레온은 사운드에서 풍부한 디테일을 활용하는데, 업라이트의 포근한 톤을 고스란히 보여주는가 하면, 가끔은 차가운 공기감이 느껴지는 황량한 리버브로 연주를 감싸기도 하고, 어떤 트랙에서는 마치 노드의 스테이지를 연상하게 하는 사운드를 들려주기도 한다. 현악기를 다루는 듯한 섬세한 표현을 보여주는가 하면, 메커니컬 사운드가 악기의 소리를 압도하도록 녹음하여 타악적인 텐션을 연출하는 등, 악기가 지닌 다양한 표현을 활용해 개별 곡에 알맞은 섬세한 뉘앙스를 드러내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연주와 무관하게 작동하는 듯한 페달의 음직임이나, 키와 해머 등 여러 장치의 소리를 가깝게 들리도록 믹싱해 그 자체가 하나의 고유한 레이어를 이루도록 배열하고, 이를 세밀한 일렉트로닉의 플로우와 중첩시켜, 마치 자연스러운 시선의 이동을 유도하는 듯한 음악적 연출력도 엿볼 수 있으며 섬세한 필드 리코딩으로 공간과 상황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한다. 물론 그가 평소 열망했다고 밝힌 “엄밀하게 즉흥적인 피아노”에 대한 내용은 앨범 전체를 지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임은 분명하다. 음악적 정서와 그 상상력이 섬세한 표현으로 완성된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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