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enzo De Finti Qrt - Mysterium Lunae (Losen, 2022)
이탈리아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Lorenzo De Finti의 쿼텟 앨범. 로렌조는 10대 초반 시절부터 대중 앞에서 공연을 펼칠 만큼 피아니에 남다른 재능을 보여왔고, 이후 작곡과 즉흥 음악을 공부하며 일찌감치 재즈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낸 뮤지션이다. 뛰어난 테크니션으로서의 기량은 물론 작곡가로서 상업 및 미디어 분야에서도 성과를 보였으며, 뮤지컬이나 연극을 위한 음악에도 기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러 그룹에서 세션으로 활동하기도 했고 자신의 그룹을 이끌며 다수의 작업을 선보이기도 했는데, 전자 악기들을 적극 활용하면서도 복합적인 장르적 특성을 보여줬던 기존 작업들과 달리, Lorenzo De Finti Qrt는 고전적인 어쿠스틱 쿼텟의 형식으로 모던하면서도 다면적인 감각을 집약하는 세련된 연주를 특징으로 하고 있다. We Live Here (2016)에 이어 Love Unknown (2018)을 통해 LDFQ가 클래식은 물론 록과 같은 주변 장르의 음악적 언어를 유연하게 수용하여 고전적인 재즈 쿼텟의 형식을 통해 표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이와 같은 특징은 이번 작업에서 더욱더 농밀한 방식으로 응축되어 있다. 베이스 Stefano Dall'Ora와 드럼 Marco Castiglioni는 이번 녹음에도 함께하고 있으며, 기존 Gendrickson Mena 대신 Alberto Mandarini가 트럼펫으로 참여하고 있다. LDFQ의 음악적 특징은 작곡의 의지를 통해 강하게 반영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번 앨범에서도 로렌조와 스테파노의 오리지널은 음악의 분위기를 완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감염병 사태로 인해 예정보다 늦게 발매된 앨범은, 제작 기간 중간에 정확히 오랜 봉쇄 기간이 가로막고 있었고, 4개월 만에 스튜디오로 돌아왔을 때 작업 중이던 곡이 켜져 있던 컴퓨터에 그대로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와 같은 단절과 불확실성은 앨범에 고스란히 담겨 있고, “Whispers From The End Of The World”와 같은 곡을 통해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고전적인 실내악의 규범을 활용해 쿼텟의 공간을 구성하는가 하면, 임프로바이징의 모티브가 확장되는 진행 속에서도 코드의 정교한 재배열을 통해 새로운 플로우의 접근을 보여주는 등, LDFQ의 음악적 창의는 여전히 큰 매력으로 전해진다. 어쿠스틱 재즈 쿼텟의 범위를 넘어선 듯한 느낌은 사운드 자체의 밀도 외에도, 다양한 장르적 요소들을 내면화한 곡 자체가 지닌 내러티브의 힘이 크게 작용했음을, 마지막 트랙 “Mysterium Lunae (Studio Canaa Live Version)”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작곡, 연주, 앙상블 모든 것이 완벽한, 힘과 아름다움이 공존을 이룬 앨범이다.
2022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