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ke Gajdus - In Breath (éditions mr, 2022)
영국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Luke Gajdus의 솔로 앨범. 이번 앨범은 루크의 공식 데뷔 작품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수록된 곡들 중 일부는 5-7년 전에 이미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공유된 적이 있으며, 지금까지 자신만의 방식으로 음악을 통해 세상과 교류했던 뮤지션임을 알 수 있다. 앨범의 타이틀과 커버 아트를 통해 그의 솔로는 다분히 명상적인 의도에서 제작된 것임을 짐작할 수 있는데, 루크 본인의 인용에 따르면 자신의 음악은 치유를 위한 것이며, 실제로 음악 치료와 관련한 석사 학위를 취득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루크의 음악이 의도된 목적성을 지나치게 드러내는 것은 아니다. 정서적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몇 (k)Hz의 음역을 이용한다거나 명상적 분위기를 유도하는 사운드 스케이프를 활용하는 등의 방식 대신, 오직 음악 그 자체의 기능과 효과에 의지하고 있다. 대신 루크는 음악의 일상성에 주목하며 잔잔한 멜로디와 평온한 코드를 이용해 우리 주변의 경험을 연주로 담아내면서도, 뉴에이지 스타일과 같은 순수한 서정이 아닌, 현실과의 관계에서 다양한 정서적 반영을 진솔하게 다루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그는 자연과의 관계에 주목하는데 이는 앨범에 수록된 여러 곡의 제목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하지만 루크는 필드 리코딩이나 여러 주변적 효과를 활용해 이와 같은 일상성을 강조하기보다는, 대부분의 경우 오직 음악 그 자체에 주목하는 진솔함을 보여준다. 대신 그는 피아노의 사운드에 대해서는 집요하다는 인상을 줄 만큼 섬세함을 드러내는데, 일상성을 강조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업라이트 특유의 펠트 한 소리를 사용하지만 이를 투명한 톤으로 튜닝해 더욱더 명료한 이미지로 연출한다. 여기에 개별 곡마다 각기 다른 리버브와 톤에 미묘한 차이를 두는가 하면, 단순히 해머를 이용한 현의 울림만 의존하지 않고 그사이에 사운드의 섬세한 변화를 연출할 수 있는 다양한 물리적 장치를 이용해 새로운 음색을 선보이는 등, 쉽게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도 많은 정성을 기울인 흔적을 엿볼 수 있다. 때로는 왼손과 오른손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연주와는 다른 느낌의, 마치 레이어링으로 완성된 듯한 곡도 존재하고, 일부에서는 매우 조심스럽게 일렉트로닉을 이용한 배경음을 활용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어, 루크의 음악이 이후 새로운 양식으로 전개될 가능성 또한 시사하기도 한다. 일상적 테마를 활용하면서도 전혀 진부하지 않게 소박한 표현을 완성하고 있어, 이후의 작업에 대해 더 큰 기대를 갖게 하는 앨범이다.
2022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