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a - Resona (Klassified, 2022)
프랑스 출신 프로듀서 겸 DJ Maga의 앨범. 마가는 프랑스에서 태어나 2010년대 초에 남아프리카에서 클럽 매니저를 하면서 음악을 처음 접했고, 이후 이에 대한 관심을 키우며 유럽은 물론 남미를 포함한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자신만의 음악적 스타일을 완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단순한 투어를 위한 여행이 아니라 실제로 현지에서 거주하며 그곳의 다양한 음악을 자신의 음악적 언어와 표현으로 체계화하는 방법을 익히며 생활했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2010년대 중반 멕시코에서의 경험은 이번 앨범의 직접적인 모티브를 제공하기도 했는데, 로컬 레이블을 통한 싱글 및 EP 발매는 물론 현지 보육원을 후원하기 위해 Children Of Future라는 재단을 만들어 지역 사회에 공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 앨범은 멕시코에서 여러 사회 문제로 한동안 큰 이슈가 되었던 과달라하라에서 제작되었고, 튜바/트롬본 Dwight Gonzalez Zepeda, 보컬 Abraham Guzman Barba, 트럼펫/플루겔호른 Arturo De La Torre 등 현지 뮤지션이 참하고 있다. 마가의 첫 공식 풀타임 리코딩으로 알려진 이번 앨범은 10여 년에 이르는 음악과 음향의 여정을 결산한다는 의미도 있으며, 지금까지 단편적으로 전해진 다양한 양식의 곡과는 달리, 작업에 현지 연주자들이 참여한 것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나름의 일관된 정서적 테마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다양한 종류의 금관악기와 보컬을 이용해 멕시코의 민속적 모티브는 물론 재즈와 일렉트로닉을 융합하고 있으며, 이러한 통합적인 사운드는 앰비언트에서 IDM에 이르는 다양한 양식으로 분화되어, 다채로운 음악 및 음향적 경험을 제공한다. 이와 같은 장르 혼합적 성격 외에도 이번 앨범의 흥미로운 점은 익숙한 사운드를 바탕으로 다채롭고 신선한 분위기의 플로우를 완성한다는 점인데, 어쿠스틱의 금관은 물론 전자 악기 또한 808이나 고전적인 신서사이저 등을 통해 이미 대중적으로도 친숙한 구성을 이루고 있으며, 베이스 워킹이나 드럼 패턴 또한 기존 장르에서 종종 봐왔던 익숙한 진행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러한 사운드를 조합해 낯설면서도 신선한 결과를 완성했기에, 음악이 전하는 생경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쉽게 내 정서와 몸을 연주에 의탁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어쩌면 이 대목이 마가의 독특함을 엿볼 수 있는 지점이 아닐까 싶은데, 사운드의 총체를 이루는 음향의 공간을 흐름 속에서 전위시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가 하면, 전혀 의외의 필드 리코딩을 레이어링 하여 균열적인 느낌을 연출하는 등, 소리는 물론 그 진행 방식 등에서도 뛰어난 감각을 보여준다. 밀도 있게 가득 찬 공간 속에 암울함과 비장함이 흐르는 시네마틱 한 이국적인 곡들은 어디서도 쉽게 경험하기 힘든 정신적 쾌락을 제공한다.
2022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