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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u Delago - Environ Me (One Little Independent, 2021)

komeda 2021. 11. 1. 22:32

영국에서 활동 중인 오스트리아 타악기 연주자 및 작곡가 Manu Delago의 앨범. 10대 시절 록 음악에 심취하여 밴드에서 연주한 것으로 전해진 마누는 대학에서 클래식 타악기, 재즈 드럼, 작곡 등을 전공했고, 이후 행 드럼을 만나면서부터 자신만의 독창적인 활동을 펼치게 된다. 2000년대 중반 행 드럼을 중심에 둔 퍼포먼스를 통해 데뷔한 마누는 색소폰/클라리넷 연주자 Christoph Auer와 함께 Living Room 듀오를 결성해 최근까지 공동 작업을 발표하는 한편 LPO의 솔로이스트로 등장해 폭넓은 음악적 활동을 선보이기도 한다. 마누는 이처럼 행 드럼이 지닌 독특한 사운드를 다양한 영역에 접목하려는 시도를 펼치는데, 실제로 그의 음악적 기여는 어느 특정 장르에 제한되지 않는 광범위함을 보여준다. 행 드럼은 음계를 표현할 수 있는 타악기라는 특징 외에도 독특한 음색과 공간을 울리는 자연스러운 공명을 지니고 있어 그 자체만으로도 고유한 음향적 앰비언스를 연출하는데, 때문에 일렉트로닉이나 앰비언트 계열의 음악과도 훌륭한 조화를 이루기도 한다. 이번 앨범은 이와 같은 행 드럼의 특징을 활용하면서도 다양한 장르적 모티브에 대한 도전보다는 일렉트로닉과 앰비언트라는 제한된 영역에서의 다면성에 치중한 듯한 인상을 준다. 특별한 이펙트라 리버브를 적용하지 않더라도 악기 자체가 가진 고유한 울림 때문에 주변 악기와의 관계에 따라 행 드럼은 멜로디를 구성하기도 하고 상황을 이루는 애트모스피어로 활용되기도 한다. 앨범은 행 드럼 연주와 일렉트로닉이라는 단순한 관계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전자 악기를 활용한 다양한 특성을 지닌 사운드와의 연관 속에서 그 표현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듯하다. 행 드럼을 통해 멜로디 표현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 특성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간단한 코드를 이용한 진행을 선보이는 한편 그 위에 비트 시퀀싱을 적용해 IDM과 같은 지적이면서도 감각적인 표현을 완성하기도 한다. 때로는 행 드럼 자체를 마치 스텝 시퀀싱처럼 구성해 감각적으로 응용하는 한편 공진을 뮤트 한 금속 타격음만으로 사운드를 연출하는 등 악기가 지닌 다양한 표현들을 음악에 담아내고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실험적인 사운드의 조합을 이용한 과감함도 보여주는가 하면 Isobel Cope의 보컬과의 협연을 통해 단출한 공간 속에서의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등 악기의 다양한 활용 예를 시도한다. 전체적으로 하나의 단일한 느낌보다는 악기를 통한 다면적 감성을 부각하는 앨범이다.

 

2021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