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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 Copland - John (Illusions Mirage, 2020)

komeda 2021. 2. 4. 19:06

피아니스트 Marc Copland의 솔로 앨범. 마크의 다양한 활동 이력에서 솔로 연주는 특별하다고 할 수 없지만 이번 앨범이 지닌 의미를 생각하면 남다르고 애틋할 수밖에 없다. 앨범의 전곡은 몇 해 전 타개한 기타리스트 John Abercrombie의 오리지널로, 마크는 오랜 시간 함께 해온 동료에 대한 기억과 그리움을 솔로 공간에 오롯이 녹여내고 있다. 같은 1940년대 생으로 둘의 인연은 1970년대부터 2010년대에 이르기까지 여러 세대에 걸쳐 있는데, 존의 마지막 투어에도 마크가 참여했으며 그가 사망하기 전 둘이 녹음했던 타이틀이 Friends (2016)로 이들이 얼마나 깊은 유대를 나눴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앨범은 애버크롬비의 곡이 빛을 발하도록 신경 써서 선곡한 흔적이 역력하다. 1970년대 ECM 데뷔부터 미발표곡까지 존의 음악적 궤적을 아우르고 있다. 마크의 피아노는 해석보다 반추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만큼 진솔하고 솔직한 표현이 두드러진다. 이런 녹음에서는 의례 서정적이고 감성에 호소하는 연주를 선보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마크는 최대한 담백하게 곡을 담아낸다. 그러면서도 건반과 건반 사이의 망설임이나 예상과 다른 코드 전개를 고스란히 드러냄으로써 마치 삶의 우여곡절을 담아내기라도 하는 듯한 모습도 보여준다. 피아니스트가 쓴 기타리스트에 관한 자서전이자 회고록인 셈이다.

 

2021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