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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o Locurcio - Imagery (Suburban, 2018)

komeda 2018. 5. 5. 11:49


벨기에에서 활동 중인 로마 출신 기타리스트 마르코 로쿠르치오의 신보. 낯설지만 어딘지 모르게 익숙했던 그의 이름을 구글링 하던 중, 개인적으로 아주 오래전에 즐겨 들었던 앨범 중 하나에서 마르코를 기억하게 된다. 떠올려 보면 당시에도 그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거의 없었고, 지금도 그러한 사정은 마찬가지다. 1972년생으로 1990년대 후반에 데뷔했다는 경력에 비하면 그에 대해 아는 점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당시 개인적으로 즐겨 들었던 앨범은 마르코의 타이틀로 발매된 Jama (2003)와, Qu4tre라는 쿼텟 이름으로 발표한 Quatre (2003)였다. 이후 쿼텟으로 May (2011)를, 그리고 자신의 타이틀로 La Boucle (2013)를 녹음하는데, 결국 이번 앨범은 5년 만에 선보이는 신보인 셈이다. 마르코는 얼마 전부터 다시 쿼텟을 결성해 활동에 들어갔는데 Jacques Pili (b), Jean-paul Estievenart (tp), Fabio Zamagni (ds) 등이 참여한 녹음의 결과물이 오늘 이 앨범이다. 이번 쿼텟은 Qu4tre와 달리 색소폰 대신 트럼펫이 라인업에 포함되어 있어 기존과는 다른 사운드 텍스처를 들려준다. 개인적으로 기억하는 2003년 당시와 이번 앨범 사이에는 15년이라는 시간 차이가 존재하지만, 결과로 드러나는 마르코의 스타일에는 큰 간극이 느껴지지 않는다. 포맷과 라인업에 따른 사운드의 질감 차이는 존재하지만, 연주 공간 속에서 마르코가 점하는 역할이나 리더로서 의도하는 분위기는 사실상 거의 일관된 표현으로 봐도 무방할 만큼 한결같은 표현을 보여준다. 마르코는 그룹을 이끄는 리더지만 연주 과정에서 자신의 역할을 전면에 부각하지 않는다. 서정적 메시지를 구성하는 뮤트된 트럼펫의 멜로디가 중심에 있다면, 리더의 기타는 그 라인 주변에 상상의 여백을 연출한다. 편안하고 차분한 템포로 이어지는 연주에서 중립적인 균형자 역할을 함으로써, 마치 자신의 기타로 지휘를 하는 듯한 모습이다. 그의 연주는 솔로 공간에서도 결코 스스로를 과장하지 않는 온화함을 발산한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변함없는 모습에서 안도감이 느껴지는, 그런 기분이 드는 앨범이다.

2018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