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tti Vesala Soundpost Quintet - Landmarks (Ozella, 2022)
핀란드 트럼펫 및 호른 연주자 겸 작곡가 Martti Vesala의 Soundpost Quintet 앨범.
1981년생인 마티의 언어와 표현은 우리가 흔히 연상하는 북유럽적인 스타일과 다른, 북미의 전통적인 스텐스에 근접한 양식을 들려주고 있다. 흔히들 포스트-밥으로 통칭하는 60년대의 스타일은 물론 그 이후 진행되었던 일련의 혁신적인 조류까지, 비교적 폭넓게 자신의 언어로 받아들이고 있는 뮤지션으로 평가되며, 5중주에서 빅 밴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규모의 앙상블을 위해 그가 제안하는 작곡 역시 이와 같은 맥락에 비교적 충실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그의 작곡은 북미의 전통에 기반을 두면서도, 현대적인 멜로디와 풍부한 하모니를 조합한 신선함을 품고 있어 UMO Jazz Orchestra를 비롯해, Espoo Big Band, Sibelius Academy Alumni Big Band 등의 연주곡을 종종 재연된다.
마티의 다양한 연주 활동은 밴드를 통해서도 이루어지는데, 2010년대 초반에 결성한 Martti Vesala Soundpost Quintet은 전통적인 재즈의 맥락에 충실한 주요한 그룹 중 하나로 평가된다. 그가 주도했던 2000년대의 Maratone Quintet이 기타와 트럼펫을 프런트-맨으로 하는 노르딕 스윙의 양식을 주로 선보였다면, 이번 MVSQ는 색소폰과 호른을 전면에 세운 전통적인 퀸텟 포맷을 취하고 있어, 음악적인 내용의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그 분위기나 스타일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MVSQ는 색소폰/플로트/클라리넷 Petri Puolitaival, 피아노/로드 Joonas Haavisto, 베이스 Juho Kivivuori, 드럼/퍼커션 Ville Pynssi 등, 비교적 폭넓은 활동을 펼치는 현지의 중진급 뮤지션들로 이루어졌다.
이번 세 번째 정규 녹음에서도 알 수 있듯이 MVSQ의 가장 큰 매력은, 전통이 전하는 익숙함을 기반으로, 작곡을 통해 개입하는 음악적 의지에 의해 완성하는 정교한 앙상블에 있다. 전통과 관련해 마티는 직접 Miles Davis를 언급하기도 하는데, 실제로 MVSQ의 연주는 마치 60년대 Columbia 시절의 후기 퀸텟의 양식은 물론, 이후 재즈-록의 언어를 구체화했던 6말7초 세션의 표현까지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마일즈 후기 퀸텟이 제안한 새로운 밴드의 언어는, 이후 마치 교과서적인 교본이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현대에는 고전적인 양식의 공간 합의 방식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데, MVSQ가 보여주는 그 기능과 역할의 경우 그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통상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때문에 다분히 오디너리 하다는 인상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절제된 개인 기량을 집약해 표현하는 듯한 모습이나, 실내악적 규범을 연상하게 하는 사운드의 조직 등은, 마치 정교한 앙상블의 완성을 표방하는 듯한 특징은 MVSQ의 고유한 매력으로 평가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트럼펫과 색소폰을 전면에 배치하고, 그 뒤에 세션들의 자율적 개방 공간을 활용하면서, 동시에 정교한 앙상블의 규범을 완성할 수 있는 작곡과 그 음악적 의지는 앨범 곳곳의 다양한 스타일의 연주에서 관찰할 수 있다. 특히 두 개의 프런트 라인이 보여주는 다양한 양식의 프레이즈는 곡이 전달하고자 하는 음악적 메시지를 명료하게 요약할 뿐만 아니라, 이후 진행에서의 솔로 외에도 다양한 공간적 바리에이션을 이끄는 힘으로 작용한다. 때문에 연주의 의외성보다는 정교하게 빌드-업이 진행되는 과정 그 자체가 전하는 쾌감이 상당하며, 그 안에서 보여주는 나름의 다채로움은 고전적인 양식이 어떤 방식으로 현대적인 색감을 띌 수 있는가에 대한 좋은 예라고 봐도 무방하다. 여기에 전통적인 재즈 퀸텟의 위상 배열과는 다른 공간 활용도 종종 목격할 수 있는데, 때로는 관악 사운드를 더블링 한 듯한 풍부한 입체감을 연출하여, 규모를 넘어선 듯한 풍성한 공간감을 연출하기도 한다. 또한 레트로 한 로드의 사운드에 차가운 리버브를 통해 차가운 뉘앙스를 덧입히는 방식과 같이, 앨범 곳곳에 북유럽적인 정취를 떠올리게 하는 흔적도 엿볼 수 있어, MVSQ의 유니크 한 일면 역시 경험할 수 있다.
전통적인 양식의 현재성을 다루는 다양한 접근 중에서도, 그 언어가 지닌 엄밀함을 강조하며 오히려 이를 통해 그 표현을 새롭게 갱신하는 마티와 퀸텟의 연주는, 마치 재즈의 견고함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강한 인상으로 전해진다. 익숙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종종 간과하고 있던 전통의 음악적 가치가 얼마만큼 독창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2022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