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nd

Mary Halvorson - Amaryllis (Nonesuch, 2022) & Belladonna (Nonesuch, 2022)

komeda 2022. 5. 16. 19:11

미국 기타리스트 겸 작곡가 Mary Halvorson의 미니 앨범 두 장. 2000년대 초 데뷔 이후 메리는 임프로바이징의 모티브를 극한으로 확장하는 실험적인 표현을 통해 프리 및 아방가르드 씬의 유명 뮤지션들과 활발한 교류를 이어오며 주목할만한 성과를 축적해왔으며, 자신이 리드하는 여러 그룹과 프로젝트를 통해 단단한 음악적 입지를 다지게 된다. Nonesuch 레이블의 데뷔작인 이번 두 EP에서는 지금까지의 음악적 성과를 재확인하고 기존의 시도를 보다 확장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동시에 발매된 Amaryllis (2022)와 Belladonna (2022)는 각각 메리의 6인조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연주와 현악 사중주 The Mivos Quartet의 협연을 담고 있는데, 앨범 A의 마지막 3 트랙의 경우 밴드와 MQ가 함께 공간을 공유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두 장의 EP는 마치 3개의 파트로 이루어진 자연스러운 연결 구조를 지니게 된다. 6인조, 6인조+MQ, MQ로 이루어진 3개의 부분은 각각의 고유한 음악적 특징을 보여주고 있으며, 메리의 기타 또한 그에 맞는 사운드 및 연주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앨범 A에서 비브라폰 Patricia Brennan, 베이스 Nick Dunston, 드럼 Tomas Fujiwara, 트롬본 Jacob Garchik, 트럼펫 Adam O’Farrill으로 이루어진 6인조의 라인-업은 각자가 지닌 음색과 표현을 마치 날 것 그대로 드러내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며 무척 터프 한 음악적 규합을 완성하고 있는데, 공간의 자율성을 최대한 개방하면서도 이를 구조적으로 체계화하여 통합하는 메리 특유의 균형감은 이번 작업에서도 큰 힘을 발휘한다. 체계화된 구조의 개방성은 조합이 이루는 각각의 특징을 자유롭게 분출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고, 이는 연주 자체의 다면성으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데, 메리의 일렉트릭 기타는 그 순간을 포착하고 주변 장르의 여러 요소들을 포괄하는 표현들로 장식해 예상하지 못한 의외의 공간적 완성을 유도하기도 한다. MQ 현악 4중주와의 연주를 담고 있는 앨범 B에서도 이와 같은 모습은 여전히 관찰된다. 현악의 사운드 또한 채색이나 가공이 이루어지지 않은 듯한 원음 그대로의 라우 한 텍스쳐를 고스란히 살려내고 있어 공간의 대비가 이루는 극적 긴장을 최대한 살려내고 있으며, 메리의 기타 역시 어쿠스틱을 이용해 MQ와 자연스러운 안착을 보여준다. 하나의 라인을 동시에 연주하는 프레이즈에서조차 개별적인 텍스쳐의 차이가 고스란히 드러날 만큼, 각각의 공간이 지닌 자율성을 고전적인 실내악 앙상블에서도 보여주고 있으며, 이를 무의식적으로 통합하려는 MQ의 연주와 의도적으로 그 간격을 넓히려는 메리의 직관이 이루는 묘한 긴장 또한 무척 흥미롭다. 이에 비해 앨범 A 마지막 3개의 트랙에 담긴 6인조+MQ의 협연은 다분히 메커니컬 한 구획으로 이루어졌다는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10명의 연주자들이 음악적 합의를 이룰 수 있는 몇 가지 힌트들을 암시하는 대목도 존재하기도 한다. 수많은 직설적인 자기표현이 공존하는 공간 안에서도 온전한 음악적 통합을 이루는 구성원들의 상호 신뢰를 확인할 수 있고,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메리의 탁월함 또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앨범이다.

 

20220516